영화 「와일드 로봇」 감상
당신의 성장에는 무엇이 필요했나요?
영화는 아름답고 섬세한 그래픽과 유려한 음악으로 곱게 싸여 있습니다. 드림웍스가 사내 스튜디오에서 100% 자체 제작하는 마지막 영화라더니, 장면 장면마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들어냈다는 느낌입니다.
이 완벽에 가까운 포장 안에는 성장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고, 사랑과 우정, 포용과 이해, 헌신과 같은 소중한 삶의 가치가 넘쳐흐릅니다.
영화의 주요 이야기는, 예기치 않게 야생의 섬에 떨어진 도우미 로봇 ‘로즈(루피타 뇽오)’가 가족을 잃은 새끼 기러기 ‘브라이트빌(킷 코너)’을 키워내는 내용입니다.
브라이트빌의 성장은 우리의 인생을 보여주듯 구체적으로 표현됩니다.
로즈의 보호와 돌봄 아래 자라고, 선생님 ‘썬더볼트(빙 레임스)’에게 비행을 배우며, 연장자 ‘롱넥(빌 나이)’의 관심으로 무리의 일원이 되어 경험을 쌓고 책임을 부여받습니다.
누구도 혼자 성장할 수 없다 말하는 것 같지요.
남들보다 작게 태어나 로즈를 만나지 못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브라이트빌이 무리를 이끌고 로즈를 구해내는 이야기는 작은 영웅담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반면 로즈 이야기는 조금 더 은근하게 다가옵니다.
영화 초반 로즈는 자신을 엄마라 믿고 따라오는 새끼 기러기를 눈앞에 두고도 ‘임무’만 찾던 로봇이었습니다. 주머니쥐 ‘핑크테일(캐서린 오하라)’이 저 아이를 키우는 것이 너의 임무라고 지정한 후에야 브라이트빌을 돌보기 시작했을 정도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합리적 선택을 추종하던 로즈는 브라이트빌을 키우며 점점 변해갑니다. 브라이트빌의 어리광을 받아주고, 혹시나 다칠까 전전긍긍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달려 브라이트빌을 배웅하는 로즈의 모습은 어머니라고 밖에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사실 로즈에게는 육아에 대한 프로그램이 없었습니다. 새끼 기러기를 키우는 방법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브라이트빌을 키우기 위해 로즈는 프로그램을 다시 쓸(overrode)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로즈는 프로그래밍된 본능을 넘어 소중한 무언가를 얻었습니다. 엄마 혹은 부모란 다 그런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함께 성장한 로즈의 겨울 숲을 돌본다는 선택은 이미 임무와 본능이라는 제약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브라이트빌의 성장과는 또 다른 울림을 전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동화적인 이야기도 있고, 현실적이고 텁텁한 이야기도 있고,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도 있고, 조금 더 나아간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례로 명랑하고 사근사근한 ‘본트라(스테파니 수)’의 ‘도덕적으로 중립’이라는 대사는 오싹합니다. 침수된 옛 도시와 격리된 농장, 추운 겨울은 아마도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에 대한 경고겠지요.
삶의 빛과 그림자, 우연과 모순을 모두 비추는 이야기에, 저 역시 ‘삶이란 참...(Funny, how life works.)’하는 영화 속 대사를 읊조리게 되네요.
똑똑한 듯 허술한 로봇 로즈와 몸은 작지만 마음은 강한 기러기 브라이트빌의 좌충우돌 성장기는 아이들도 즐겁게 볼 수 있고, 그 아래 깔린 인생의 메시지는 어른들에게도 와닿으리라 생각합니다.
둥글게 몸을 말고 앉아 숲을 학습하는 로즈, 말로 다하지 못한 인사를 대신한 브라이트빌의 비행, 아름다운 자연과 침수된 금문교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참 많은 영화였습니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서비스 영상이 지나가고, 짤막한 쿠키 영상도 있으니 챙겨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 정보
관람 정보
- 15세 이상 관람가 (선정성, 폭력성)
- 쿠키 영상 1개 있습니다.
예고편
관람기록
- 와일드 로봇
- The Wild Robot
- CGV 기흥 4관
- 2024년 10월 2일
- ★★★★ 본능조차 거스르는 사랑의 선택
- 와일드 로봇
- The Wild Robot
- 롯데시네마 기흥 3관
- 2024년 10월 6일
- ★★★★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감성이 흐르는 영화
- 와일드 로봇
- The Wild Robot
- 롯데시네마 기흥 7관
- 2024년 10월 13일
- ★★★★ 이번엔 안 울 줄 알았는데...
이미지 출처 : CGV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