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상
18세기 후반 프랑스의 어떤 섬에,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메를랑)’가 도착합니다. 결혼을 앞둔 ‘엘로이즈(아델 에넬)’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서입니다. 이 초상화는 신부보다 한발 앞서 신랑의 집으로 보내질 예정입니다.
하지만 엘로이즈는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결혼이 마뜩 않거든요. 마리안느는 화가라는 정체를 숨기고 엘로이즈의 산책 친구가 되어 몰래 그녀를 관찰하고 초상화를 그려야 합니다.
그 시절의 그림을 화면으로 옮겨온 것 같은 아름다운 영상에 여러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사랑과 예술, 자유와 평등, 그리고 시선.
영화는 바라본다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 오프닝은 마리안느의 회화 교실입니다. 여러 여성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고, 마리안느는 선생이자 모델로 자세를 잡은 채 이야기합니다. ‘서두르지 말고, 나를 천천히 관찰하라’고요. 돌이켜보면 영화의 윤곽 같은 장면이었네요.
마리안느가 엘로이즈를 훔쳐보며 그린 초상화에는 사회적 시선이 요구하는 규칙과 관습이 있을 뿐 엘로이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둘이 시선을 마주한 후에야 진짜 엘로이즈가 담긴 그림이 탄생하지요.
그림이나 사진 작업에서 모델이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공동 창조자라는 개념은 이미 어색하지 않은데요. 영화는 이를 넘어 바라봄의 주체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관점을 보여줍니다.
화가처럼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모델 같은 사람이 주체로 내세웁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에서 에우리디케가 돌아보라고 말했을 것이라는 엘로이즈의 의견이 그렇고, 모닥불 앞에서 그림을 그리자는 엘로이즈의 제안이, 발치에 불이 붙은 모습을 보고도 꼼짝하지 못한 마리안느가 그렇습니다. 오프닝에서 마리안느가 그림을 그리는 제자들에게 ‘나를 보라’고 말하는 것도 동일하겠지요.
나를 보라고 말하는듯한 이 영화는, 보고 있을 때의 재미보다 보고 난 후의 여운이 더 큰 영화입니다. 바라보니 어느새 불이 붙었고, 서서히 타오르는가 싶지만 순식간에 강렬해지는 영화 속의 바로 그 불꽃같습니다.
영화 정보
관람 정보
- 15세 이상 관람가(주제, 선정성)
- 쿠키 영상 없습니다.
예고편
관람 기록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Portrait of a Lady on Fire
- 롯데시네마 기흥 4관
- 2025년 1월 19일
- ★★★★☆ 영원히 남을 타오르는 불꽃
이미지 출처 : CGV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