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 감상
더 폴(The Fall). 토론토 국제 영화제 출품이 2006년, 국내 개봉이 2008년이었으니 어느새 옛날 영화 축에 끼게 되었습니다.
재개봉한 더 폴은 디렉터스 컷으로 4K 리마스터링 버전입니다. 압도적 영상미를 첫 번째로 꼽는 영화인만큼 리마스터링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데요. 한결 깔끔한 화질에 화려한 색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 만족스러웠습니다.
추락
제목부터 추락(fall)을 의미합니다.
영화의 주요 이야기는, 영화배우 ‘로이 워커(리 페이스)’가 병원에서 5살 꼬마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를 만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입니다. 기본적으로 영화의 화자는 알렉산드리아, 주인공은 로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점점 뒤섞이긴 하지만요.
로이는 추락하는 인물입니다. 말을 타고 강으로 뛰어내리는 장면을 촬영하다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사고로 직업과 연인을 잃었고, 좌절하여 재활도 삶도 포기해버린 듯 보입니다.
이런 로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알렉산드리아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진진한 모험담이지만, 동시에 로이의 절망과 염세가 묻어납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추락하며 끝을 맞습니다.
한편, 알렉산드리아는 오렌지 나무에서 떨어졌습니다. 쇄골이 부러져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오른쪽 팔을 쓰지 못해 불편한 상황이지만, 아랑곳 않고 활발하게 돌아다닙니다.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추락은 비슷한 듯 다릅니다.
모험담
로이가 즉석에서 지어내어 들려주는 블랙 밴디트의 모험담은 흥미진진하면서도 허술합니다.
두서없이 세계를 누비며 환상적인 모험을 하는데... 한편으로는 불붙은 폭탄이 갑자기 마무리되거나, 악당이었을 사제가 알렉산드리아의 순수함에 좋은 사람으로 뒤바뀌기도 합니다.
로이가 말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영상으로 보이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이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야기의 주인공인 블랙 밴디트가 처음에는 알렉산드리아의 아빠입니다. 로이는 블랙 밴디트를 알렉산드리아의 아빠처럼 앞니가 벌어진 인물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면 블랙 밴디트는 어느새 로이로 바뀌어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상상이 바뀐 것 같기도 하고,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상상이 합쳐진 것 같기도 합니다.
공주는 알렉산드리아가 좋아하는 간호사 ‘에블린(저스틴 와델)’이었다가, 로이의 여자친구로 모습이 바뀌기도 하지요.
후반 알렉산드리아의 말처럼, 이 이야기는 로이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알렉산드리아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구원
알렉산드리아는 로이의 구원자입니다. 알렉산드리아가 성당에서 몰래 가져온 성체를 로이에게 나눠주고, 로이는 내 영혼을 구원해 주려고 성체를 가지고 왔냐고 묻는 장면도 있지요.
로이가 추락해 모든 것을 잃었다면, 알렉산드리아는 추락으로 로이를 구원합니다. 오렌지 나무에서 떨어져 같은 병원에 들어오고, 알렉산드리아가 2층에서 떨어트린 편지가 1층의 로이에게 닿기도 합니다. 후반 로이가 다시 잃어서게 된 것도 로이를 도우려던 알렉산드리아의 추락에서 시작되지요.
알렉산드리아는 낮은 곳에 임하여 자신을 희생하고 사람들을 구원하는 성현의 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정보
관람 정보
- 12세 이상 관람가(폭력성, 공포, 모방위험)
- 쿠키 영상 없습니다.
예고편
관람 기록
- 더 폴: 디렉터스 컷
- THE FALL 4K re-mastered version
- CGV 야탑 6관
- 2025년 1월 7일
- ★★★★☆ 영상은 환상적, 이야기는 즐겁게, 마음을 울리며
- 더 폴: 디렉터스 컷
- THE FALL 4K re-mastered version
- CGV 야탑 6관
- 2025년 1월 18일
- ★★★★☆ 알렉산드리아의 귀여움이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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