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펜하이머」 관람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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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상영시간 3시간의 상당히 긴 영화인데, 지겨울 틈 없이 완전히 몰입해서 봤습니다. 오히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벌써 3시간이 지났나 싶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신기합니다. 화려한 화상이나 대규모 액션, 극적인 전개 같은 신경을 확 사로잡을만한 요소가 없었는데, 3시간 내내 넋을 놓고 봤거든요. 오래 곱씹을 영화 같습니다.
소개
관람 정보
- 15세 이상 관람가 (주제, 선정성, 약물)
- 쿠키 영상 없습니다.
줄거리
줄거리 핵심만 보면,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의 전기 영화입니다. 미국의 핵무기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오펜하이머의 삶과 고뇌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제2차 세계대전부터 공산주의와 매카시즘, 그리고 냉전으로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시대상이 녹아 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공산주의와 노동조합이 하나의 화두였고, 이어 소련과 대립하며 공산주의를 색출하는 매카시즘이 대두되었는데 오펜하이머도 이런 시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까요.
오펜하이머를 사랑하고, 도와주고, 싫어하고, 배신하는 다양한 인물들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다수의 등장인물은 각각 개성과 존재감이 뚜렷하고, 각자의 드라마도 훌륭하거든요.
참고로, 폭탄과 폭발, 트리니티 실험 자체에는 그리 분량이 할당되지 않았습니다.
예고편
감상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쭉 적어봤는데, 너무 길어요... 스토리와 인물에 대한 건 제외하고, 큼직한 몇가지만 얘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이야기 진행 방식이 독특합니다. 흑백과 컬러가 교차로 편집되어 있어요. 메멘토가 떠오르더라구요. 오펜하이머의 시점은 컬러로, '루이스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시점은 흑백으로 진행됩니다.
특히 오펜하이머의 경우 살짝 빛이 바랜듯한 컬러로 표현되는 때가 있어요. 주로 오펜하이머가 공산주의자로 몰려 벌어지는 보안 청문회 때인데요. 오펜하이머가 댓가를 치르는 고난의 시간이 바랜 컬러로 표현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청문회가 끝난 후에는 다시 선명한 컬러로 돌아가거든요.
사건이 일어난 시간순으로 보면 유학~맨해튼 프로젝트(선명한 컬러) → 보안 청문회(바랜 컬러) → 장관 임명 청문회(흑백)으로 과거일수록 선명한 느낌이라 재미있었어요. 보통은 반대니까요.
더불어 여러개의 시점이 교차로 나오지만, 주요 이야기의 진행은 시간순에 따라 흘러갑니다. 예를 들어,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면, 청문회에서도 그 얘기를 하는 식이죠. 그러다 보니 진행이 난잡하지 않고 오히려 친절하다는 느낌이었어요.
중간중간 오펜하이머의 심경이 환상처럼 연출되는데, 오히려 이 부분이 호불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소리도 크고.
그 외에도 기억에 남는 연출이 많은데요.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야금야금 모으는걸 빈 그릇에 구슬로 보여주는 장면, 폭발음 없이 슬로우로 흘러가는 트리니티 실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원자폭탄 투하 소식 등...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대화는 영화를 관통합니다. 총 3번 대화를 나눴던 것 같은데, 세 번 모두 굉장해요. 전반적으로 대사가 다 좋은데, 아인슈타인과의 대화는 내용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컸어요.
그리고 한 친구가 과학적 내용이 이해가 갈까 걱정하던데요. 핵분열과 재료, 방법 등 핵심만 간단히 정리해줘서 딱히 어려울게 없어요. 애초에 이 내용이 영화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이지도 않구요. 그보단 미국 역사와 정치에 대해 조금 알고 가는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야한 장면이 있다길래 부모님과 관람은 어떤가 했는데, 의외로 얌전하네요? 상반신 누드에 정사 장면이지만, 막 야시시한 느낌은 아니라서요. 길지도 않구요.
영화관에서 볼만한데, 규모 때문은 아니고 디테일을 위해서입니다. 아, OST하고요. 다시 볼 계획 있습니다.
관람기록
- 오펜하이머
- Oppenheimer
- CGV 기흥 1관
- 2023년 8월 15일
- ★★★★☆ 뭔데, 왜 재미있는데?
- 오펜하이머
- Oppenheimer
- 메가박스 코엑스 7관
- 2023년 8월 26일
- ★★★★☆ 다시 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