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감상
원작 소설을 읽기는커녕 존재를 알지도 못한 상태로 예고편을 접했습니다. 해당 장르에 관심이 없었고 예고편과 포스터에서도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해 그냥 넘어갈 예정이었는데요. 우연한 기회에 스마일게이트가 투자한 영화라는 걸 알게 되어 스마게에 대한 개인적인 의리로 관람했습니다. 즉, 해당 소설 및 장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의 감상이니 참고해서 읽어주세요.
영화를 본 후 첫 감상은 '호불호가 갈리겠다'였습니다. 원작과 무관하게 영화 자체만으로요.
이야기(개연성), 연기, 액션, CG 등 각각의 요소가 준수한 것 같다가도 중간중간 크게 삐끗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시작부터 끝까지 각 요소가 번갈아가며 잡음을 내니 몰입이 어렵죠.
이런 삐끗함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볼거리 많은 팝콘 무비라 느껴질 테고, 자잘한 틀어짐이 신경에 거슬린다면 완성도 낮은 영화라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 '김독자(안효섭)'가 뼈대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김독자를 중심으로 한 오프닝이 인상적이었는데, 정작 오프닝의 김독자가 이후의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김독자는 10년간 연재된 웹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일명 '멸살법'의 유일한 독자입니다. 그는 멸살법과 함께 청춘을 보내며, 강함과 의지를 갖춘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을 동경합니다.
하지만 유중혁이 홀로 살아남는 소설의 결말에 김독자는 실망하고 반기를 듭니다. 현실에서 약자이자 외톨이인 김독자에게 소설의 유중혁은 이상향이었고, 김독자가 원한 소설의 결말은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구원이었을 테니까요.
실제로 멸살법 소설이 현실이 된 후, 김독자는 동료와 함께 결말을 바꾸겠다고 다짐합니다. 자신이 사랑한 소설의 실망스러운 결말을 다시 쓰겠다고,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구하겠다고요. 오프닝에서 보여준 착한 사람 이미지와 잘 겹쳐집니다.
그런데! 구원자를 꿈꾸던 김독자는 이야기 내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립니다. 결말을 바꾸겠다는 건지 소설 속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며 혼자라도 살아남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성격도 오락가락합니다. 오프닝에선 지나치게 착한 사람이었는데, 도깨비를 이용할 땐 영악하고, 충무로 역에선 뻔뻔합니다. 그러다 생존을 위해 녹색 발판을 찾을 땐 또 나약하기 그지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지적' 독자와 '변화의' 독자가 충돌하는데 어느 쪽도 살아남지 못하고 침몰합니다. 자신의 간섭으로 소설의 내용이 변했다는 걸 일찌감치 깨닫지만, 그 후로도 흐름에 떠밀릴 뿐 변화를 위한 결의는 보이지 않습니다. 마지막 선택조차도 애매해요.
단순하게 말해, 오프닝의 김독자에 비해 엔딩의 김독자는 성장했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동료들과 함께'라는 주제도 비슷한 결말을 맞습니다. 이는 주인공이 길을 잃은 탓도 있고, 조연들에게 매력이 부족한 탓도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이런저런 인물들이 함께 보스를 처치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에게서 '동료'라는 로망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방대한 이야기를 영화에 담다 보니 보여줄 것이 너무 많아서 정작 큰 기둥을 세우지 못한 느낌입니다.
개인적인 불만족 포인트는 CG, 정확히는 CG를 활용한 연출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게임과 무척 닮아 있습니다. 퀘스트를 받아 클리어하고, 몬스터를 무찌르고 스탯을 배분하며 성장합니다. 당연히 CG도 게임 같은 장면에서 주로 등장합니다. 시나리오를 받는 UI나 몬스터, 스킬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이 연출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CG품질 자체는 게임보다 좋은데 연출이 너무 옛날 느낌입니다. 코인이나 각종 알림창처럼 조악한 것도 있고, 마지막 결전처럼 아쉬운 것도 있습니다. 요즘 게임 연출은 시쳇말로 뽕차는 것들이 많은지라 더 비교가 되네요.
부정적인 내용만 늘어놨지만, 분명 누군가에겐 볼만한 팝콘 무비일거라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야기는 처짐 없이 굴러가고, CG 연출이 어떻니 해도 나름대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거든요. 액션, 판타지 장르의 팝콘 무비에 대체로 높은 개연성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볼만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으리라 예상합니다. 원작 팬, 장르 팬에게는 부족한 영화로 느껴질 것 같지만요.
쿠키 영상은 크레딧 초반에 나옵니다.
영화 정보
관람 정보
- 15세 이상 관람가(폭력성, 모방위험)
- 쿠키 영상 있습니다.
예고편
관람 기록

- 전지적 독자 시점
- Omniscient Reader
- 롯데시네마 기흥 1관
- 2025년 7월 23일
- ★★★ 마이너 소재에 마이너 감성이 없으면.

- 전지적 독자 시점
- Omniscient Reader
- 롯데시네마 기흥 5관
- 2025년 7월 30일
- ★★★ 스마게, 의리는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