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롱레그스」 감상
파트 1. 그의 편지 His Letters
여기 일가 연쇄 살인 사건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① 딸의 생일이 14일이라는 것, ② 아버지가 온 가족을 살해한 후 자살했다는 것, 그리고 ③ 사건 현장에 ‘롱레그스(LONGLEGS)’라는 서명이 적힌 편지가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FBI 특수 요원 ‘리 하커(마이카 먼로)’는 남다른 직감을 발휘하며 범인 롱레그스의 실체를 뒤쫓습니다.
영화는 호러 요소가 가미된 스릴러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말초적인 무서움보다는 기묘한 이야기에서 오는 오싹함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불쾌한 배경음을 시작으로 어린아이가 올려다보는듯한 비스듬한 시선은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주인공 리의 긴장이 관객에게도 자연스레 옮아가며 팽팽함을 유지합니다.
롱레그스의 정체를 중심으로 범행의 전말에 대해 퍼즐을 맞춰가는 이야기 역시 반전 있는 스릴러로 손색이 없습니다.
오히려 점프스케어 등 호러 요소는 양도 적고 강도도 약한 편입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요.
파트 2. 너의 모든 것 All of Your Things
기본 소재는 악마(Satan)입니다. 염소 머리 등 악마에 관한 상징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대놓고 보이는 것도 있고, 배경에 녹아들어 흐릿하게 등장하는 것도 있습니다.
또, 역삼각형이 중요한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리는 연상 테스트에서 역삼각형을 보고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롱레그스 사건에서 아버지가 가족을 살해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역삼각형은 일찌감치 악마와 연결됩니다. 그리고 역삼각형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며 악마의 존재를 비춥니다.
역삼각형을 ‘삼각형을 거꾸로 뒤집었다’고 강조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집의 지붕, 높이 솟은 나무, 창문과 목이 잘린 인형 등 삼각형이 참 많이 등장하는데요. 이 세모꼴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그것을 뒤집으면 역삼각형이 된다는 것은 긴장감 아래 혹은 근원에는 악마가 존재한다 말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초반 범인의 집 뒤에 선 나무들은 삼각 형태로 보이고, 후반 핵심에 다가서면 나지막한 나무가 역삼각형 모양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초반 짧게 등장하는 거꾸로 뒤집힌 집이 참 함축적인 장면이었네요.
파트 3. 생일을 맞은 소녀들 Birthday Girls
전말이 밝혀지고 리의 세계도 뒤집힙니다. 리는 악마를 상징하는 침대에서 깨어나 계속 울리는 전화벨을 쫓아갑니다. 화면은 위아래가 역전되고, 리는 삼각형의 세상에서 역삼각형의 세상으로 진입합니다. 이 뒤집힘은 끝까지 이어져, 엔딩 크레딧도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지요.
영화는 리와 함께 나름대로 결말을 맞이하지만, 모든 것을 말끔하게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열린 결말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리의 마지막 선택도 사실 결실을 맺지 못했으니까요.
영화를 다 보고, 저는 일련의 사건이 악마의 장난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롱레그스가 표식으로 십자가를 사용한 것은 신의 권위에의 도전이나 신을 믿는 인간에 대한 조롱 같고, 마지막에 남긴 장난스러운 인사는 가볍기 그지없거든요.
말하자면, 그저 악마적인 생일 축하였을 뿐인 거죠.
모두에게 ‘진홍색 혹은 클로버(Crimson or clover)’라는 선택이 주어졌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봤습니다. 선택이라고 하지만 말장난일 뿐입니다. 악마는 이미 안으로 들어왔고, 어떤 것을 택해도 탈출구는 없습니다. 악마를 거절하는 선택 끝엔 어떤 구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영화 정보
관람 정보
- 15세 이상 관람가(폭력성, 공포, 모방위험)
- 쿠키 영상 없습니다.
예고편
관람 기록
- 롱레그스
- Longlegs
- CGV 기흥 4관
- 2024년 10월 31일
- ★★★ 기울이며, 두드리며, 다가가며 죄어오는 긴장
- 롱레그스
- Longlegs
- CGV 기흥 4관
- 2024년 11월 3일
- ★★★ 대화마다 장면마다 숨어 있는 악
이미지 출처 : CGV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