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얼빈」 감상
몇 번인가 개봉이 미뤄진 영화입니다. 올 추석에 개봉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시 12월로 미뤄지기도 했는데요. 춥고 스산한 이번 계절이, 영화의 배경과 분위기에 잘 어울리니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 같습니다.
영화는 1909년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향해 달려갑니다. 인물의 심리와 고뇌에 집중하면서요.
이야기의 큰 흐름은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무겁고 진중하게 흘러갑니다. 가상의 인물과 사건을 더해 긴장감을 만들긴 하지만, 오락적 요소는 많지 않습니다. 감정적인 표현도 상당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신파도 뽕도 없는 차분한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영화에서 화려한 부분은 영상과 음악입니다.
광활하고 냉랭한 자연이 화면 가득 펼쳐지고, 시대 분위기를 살린 건물과 의상이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어두운 실내에 새여 들어오는 빛이 인물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며 분위기를 돋우지요.
동시에 이야기를 따라가는 듯 울리는 음악 역시 인상적입니다. 중후하면서도 강렬한 음악이 장면에 어우러집니다.
보는 맛과 듣는 맛이 모두 있다 하겠습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인물이 평면적이라는 것 정도겠네요. 하얼빈 의거를 향한 짧은 기간의 이야기라 그런지 인물상이 뚜렷하고 완성되어 있습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고, 고저나 기복도 없습니다. 그만큼 메시지는 명백하지만, 아무래도 다면적인 재미는 떨어집니다.
앞에서 말했듯 인물에 집중한 영화인데요. 인물의 갈등과 성장이 아니라 두려움과 외로움, 부채의식 같은 내면의 고뇌에 집중하여 그런듯합니다.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는 울컥하고 북받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얼빈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한 것 같습니다. 이런 시점도 괜찮네요. 모든 일본인을 죽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요, ‘국권의 회복이 목표’라는 대사가 영화의 결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얼어붙은 두만강을 홀로 건너는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영화 정보
관람 정보
- 15세 이상 관람가(폭력성, 약물)
- 쿠키 영상 없습니다.
예고편
관람 기록
- 하얼빈
- HARBIN
- CGV 기흥 6관
- 2024년 12월 24일
- ★★★☆ 고결한 인물의 단상
- 하얼빈
- HARBIN
- CGV 기흥 1관
- 2025년 1월 1일
- ★★★★ 고결한 인물의 단상
이미지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