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 감상
올해를 마무리하기에 한치의 부족함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대신 울려 퍼진 커다란 총성이 아직도 섬뜩하게 귓가를 맴돕니다.
영화의 배경은 분열되어 내전을 치르고 있는 미국입니다.
여러 개의 세력이 등장하는데, 가장 큰 기둥은 서부군과 연방의 대립입니다. 주인공 ‘리 스미스(커스틴 던스트)’는 서부군 지역에서 시작해, 연방 대통령의 인터뷰를 목적으로 워싱턴 D.C.로 향합니다.
이 여로에서 배타적이고 위험한 플로리다 연합 구역이나,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평화를 견지하는 마을을 지나기도 합니다.
영화는 내전이 이유나 명분, 누가 옳고 그른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객이 어느 쪽에도 몰입할 수 없도록 거리를 벌리곤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현실적이고 무섭다고 느낄 수도 있고, 반대로 산만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각 세력이 대립하며 상충하듯 영화도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잔인한 화면에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폭격으로 불타는 숲은 아름답고 잔잔한 배경이 됩니다. 총소리, 전차와 헬기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사이, 무음의 흑백 사진이 끼어듭니다.
반대로, 연합 대통령의 연설은 그와 극한으로 대립하는 적군의 입을 통해 반복되기도 합니다. 선과 악도 비슷하게 흘러갈 테지요.
여러 대비가 인상적이고, 동시에 대비되는 두 가지가 사실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제시의 사진
아직 앳된 ‘제시(케일리 스페이니)’는 아마추어 사진기자입니다. 종군 사진기자가 되고 싶다며 리의 여정에 동행합니다.
젊다 못해 어린 제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불안정한 인물입니다. 이야기가 흐르고 동료들의 도움을 받고 여러 경험을 하며 모양을 굳혀갑니다. 눈앞의 두려움에 사진기를 꺼낼 생각조차 못 하던 첫 모습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무모할 정도로 전장에 뛰어드는 모습까지요.
제시는 종군 사진기자라는 면에서는 리와 같은 길을 가지만, 카메라에 담는 내용이라는 면에서는 리와 다른 길을 갑니다.
제시의 셔터음은 총성과 일치합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마치 영웅담의 한 장면 같습니다.
특히 마지막 사진은, 엔딩 크레딧과 함께 인화되듯 서서히 선명해지는데요. 제시가 어떤 사진기자가 되었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쪽 미국인?
예고편에도 나오는 장면입니다. 총을 든 상대에게 ‘우리도 미국인’이라며 적이 아님을 강조하니 상대가 되묻습니다. ‘어느 쪽 미국인(What kind of American are you)?’ 하고요.
미국인, 어느 쪽 미국인, 그러고 나면 또 다른 분류와 분열이 따라올지도 모릅니다.
영화 정보
관람 정보
- 15세 이상 관람가(폭력성, 공포, 모방위험)
- 쿠키 영상 없습니다.
예고편
관람 기록
- 시빌 워: 분열의 시대
- Civil War
- CGV 오리 7관
- 2024년 12월 31일
- ★★★★ 외침은 보는 이의 몫
이미지 출처 : CGV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