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레디에이터 II」 감상
영상도 좋고 음악도 좋지만, 이야기가 아쉽습니다. 대규모 전투와 콜로세움 전투 등 볼거리에 분량을 할애하다 보니 인물 서사가 너무 생략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야기의 기틀은 재미있습니다. 큰 흐름은 전작과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대비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두 작품의 주인공은 오프닝에서 신뢰 받는 지휘관으로 위험한 전투를 앞두고 있습니다. 양쪽 다 농담을 곁들여 아군을 격려하는데요. 전작의 막시무스는 신을 경배하는 듯한 어조였다면, 이번 ‘하노(폴 메스칼)’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롱하는 듯 들리기도 해요.
그 후 가족을 잃고 노예가 되어 검투사로 서게 되고, 개인적 복수로 시작해 종국에는 로마 시민을 위해 싸우는 것도 같습니다. 물론 그 상세는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뭐랄까요, 같은 틀에 다른 재료를 넣고 찍어낸 느낌이에요. 전작은 팥 붕어빵, 이번엔 슈크림 붕어빵, 이런 식으로요.
전작의 매력을 계승하고 신작만의 매력도 뽐낼 수 있는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신작의 매력이 충분치 않습니다. 슈붕에 슈크림이 너무 조금 들었네요.
일단 주인공인 하노 이야기가 부족합니다. 로마군의 침략으로 모든 것을 잃고 복수에 불타던 하노가, 과거를 용서하고 로마인이자 막시무스의 계승자로 서는 과정이 뚜렷하지가 않습니다. 불타던 복수심에 비해 너무 쉽게 용서하고, 너무 쉽게 받아들여요.
심지어 부족함을 넘어 이상한 부분도 여럿 있습니다.
후반 하노는 검투사들을 이끌고 싸우는데요. 그들에게 내세우는 명분이 ‘로마를 위하여’입니다. 그런데 영화 중반에 이들 대부분은 로마와의 전쟁에서 지고 노예가 되어 끌려온 자들이라 말했거든요. 그런 사람들에게 뜬금없이 로마를 위하여???
...이거 일제 노역장에 끌려온 한국인에게 일제를 위해 싸우자고 선동하는 꼴이잖아? 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주인공에게 이런 처우니 다른 인물들의 분량은 말할 것도 없겠죠.
하노의 주인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는 앉은 자세와 시선만으로 굉장한 분위기를 내뿜었지만, 그의 동기는 묘합니다. 로마를 무너뜨리겠다는 건지, 로마의 주인이 되겠다는건지 모르겠어요. 후반 그의 선택은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그 외 인물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물이 하나 하나 이 모양이니 전체적으로 이야기도 부실해집니다.
그 대신 보고 즐길 거리는 가득합니다.
전작의 주요 내용을 흔들리는 유화 느낌으로 그려낸 오프닝이 인상적이었고, 군대부터 건물까지 때깔도 멋집니다. 해상과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투는 눈과 귀가 모두 즐겁습니다.
팝콘 무비라 생각하고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정보
관람 정보
- 청소년 관람불가(폭력성, 공포)
- 쿠키 영상 없습니다.
예고편
관람 기록
- 글래디에이터 Ⅱ
- Gladiator Ⅱ
- 롯데시네마 기흥 1관
- 2024년 11월 13일
- ★★★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들
이미지 출처 : CGV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