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 감상
개인적 편견을 섞어 표현하자면, 여성향 사극이라 하겠습니다. 사극에 흔히 등장하는 정치적 암투 같은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의 변화를 이야기의 기둥으로 삼고 있거든요.

영화는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이 끝나고 단종의 복위운동도 한차례 지나간 후, 단종이 폐위되기 직전에서 시작합니다. 익히 알고 있는 큼직한 사건은 이미 다 끝난 시점입니다.

물론 한명회가 등장하여 계략을 꾸미거나 복위운동이 계속되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움직임은 배경에 가깝습니다.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보긴 어렵죠.
이야기의 정수는 광천골 촌장 '엄흥도(유해진)'와 폐위된 선왕 '이홍위/노산군(박지훈)', 두 인물의 감정과 관계의 변화입니다.

엄흥도가 이홍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는 영화 전체를 통해 서서히 변해갑니다. 처음에는 내 새끼에게 쌀밥을 먹이고 교육을 시키게 해 줄 당첨 복권이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화근이 되기도 하고, 은인이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며, 고마웠다가 미안했다가, 종국에는 그야말로 '내 새끼' 그 자체가 됩니다.
이 변화가 영화의 힘이 됩니다. 초중반엔 좋다가도 막판에 힘이 빠지는 영화가 많은데, 이 영화는 후반이 아주 강력하거든요. 실제로 후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들에 영화관 여기저기 훌쩍이는 소리가 많이 들렸습니다. 감정적 엔딩을 뒷받침할 이야기가 영화 내내 쌓여 왔기에 신파라기보다는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라 느껴지는 점도 좋습니다.
한편으로 이홍위는 엄흥도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며 성장하고 그 나름의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분량이나 폭발력 면에서 엄흥도의 변화보다 약하긴 하지만, 이홍위의 성장이 있었기에 후반 이야기가 제대로 살았다 하겠습니다.

처음에 여성향 사극이라 표현한 것처럼 남성분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복위운동과 추격전 등 흔히 남성향 소재인 정치와 액션도 챙기긴 했는데 힘이 좀 빠진 모양새라서요.
더불어 드라마를 중심으로 코믹, 액션, 신파를 다 박아넣었던 옛날 영화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하나하나는 구식 느낌이 나지 않도록 조절을 한 것 같습니다. 옛 느낌이 남아 있지만 깔끔하게 새 단장한 노포 느낌이랄까요.
온 가족이 보기 좋은 무난한 영화라 어지간하면 설 연휴 승자가 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합니다. 부모님, 특히 어머님 모시고 보기 좋은 영화로 추천합니다.
영화 정보
관람 정보
- 12세 이상 관람가(폭력성, 대사, 공포)
- 쿠키 영상 없습니다.
예고편
관람 기록

- 왕과 사는 남자
- The King's Warden
- 롯데시네마 기흥 1관
- 2026년 2월 4일
- ★★★ 여성향 사극, 감정과 관계의 파도

- 왕과 사는 남자
- The King's Warden
- CGV 기흥 2관
- 2026년 2월 10일
- ★★★ 여성향 사극, 감정과 관계의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