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관람후기
8년 만에 돌아온 헝거게임입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인 '판엠의 불꽃'이 개봉했을 때는 일본 만화 '배틀로얄'과 유사한 점이 있다며 시끌시끌하기도 했는데요. 이어지는 시리즈에서는 독특한 세계관과 주제를 보여주어 잡음도 없어졌죠.
이번에 개봉한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기존 4편에서 시간을 크게 거슬러 올라간 프리퀄입니다. 최종 보스이자 악당이었던 '코리올라누스 스노우(톰 블라이스)'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성실하고 순박한 청년이 잔인하고 권위적인 악인으로 변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말하자면 헝거게임판 조커?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닌지라 이전 작품을 보지 않았더라도 문제없습니다만, 기존에 코리올라누스가 어떤 캐릭터였는지 알고 본다면 감흥이 더 깊을듯 합니다.
줄거리 소개
집안이 몰락하고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 코리올라누스는 어떻게든 허세를 부려가며 우등생으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대학에 진학하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장학금 대상이 우등졸업생이 아닌 헝거게임의 우수 멘토로 변경됩니다. 결국 헝거게임의 멘토로 참여하여 장학금을 노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배정된 멘티는 우승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12구역의 '루시 그레이 베어드(레이첼 지글러)'. 어떻게든 장학금을 타야하는 코리올라누스는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은 루시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규칙을 어겨가며 우승을 향한 길을 찾아갑니다.
얽히고섥힌 그들의 길은 과연 어디로 이어져 있을까요?
예고편
감상
주인공의 입장이 달라진만큼, 기존 헝거게임 네 편과 영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기존 네 편의 주인공 캣니스는 헝거게임의 참여자(조공인)로 바닥에 있는 인물이고, 그녀가 권력에 항거하는 이야기인지라 여러모로 불타는 분위기였는데요.
이번편은 상대적으로 권력에 가까운 코리올라누스(이하 스노우)를 주인공으로 하다보니 냉정한 분위기가 강합니다. 그의 멘티 루시가 조공인을 대표하지만, 또 한 축을 맡았다기엔 좀 약해요.
영화는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스노우의 상황을 보여주고,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헝거게임이 진행됩니다. 3부는 헝거게임 종료 후 스노우의 행적과 변화를 담고 있고요.
우선 1부와 2부는 사회와 시스템 묘사, 헝거게임의 액션 등 전작과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묵직하고 화려한 영상미도 유지되고 있구요. 동시에 헝거게임장과 쇼는 투박한 모양새라 시대적 차이가 확실히 느껴지네요.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해도 헝거게임에서 조공인들끼리 연합하고 싸우는 이야기의 비중은 적어졌어요. 대신 스노우와 루시를 포함한 멘토(아카데미 학생)와 멘티(조공인) 사이의 관계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기존 헝거게임의 액션과 전략, 연합과 모략을 기대한다면 아쉬울듯.
3부는 헝거게임 이후, 스노우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그가 변해가는 모습이 집중적으로 조명됩니다. 이 영화의 핵심일텐데, 갑자기 장르가 바뀐듯한 느낌이라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어요.
전편을 보지 않았고 딱 이 영화만 본다면, 추천하기 좀 애매하네요. 배경 설명부터 결말까지 한편으로 완결된 영화라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어요.
문제는, 이전편에 비해 볼거리가 떨어져요. 전편에서는 불타는 옷과 화려한 세트 등 눈이 즐거운 장면이 많았는데, 이번엔 시대상을 반영하다보니 전반적으로 칙칙하고 무대 스케일이 작거든요. 대신 그만큼 드라마가 훌륭해졌냐 하면 그것도 애매하고... 나쁜건 아닌데, 어중간하달까요🙄
개인적으론 루시 캐릭터가 아쉬워요. 스노우와 멘토-멘티로 동지이면서, 각기 캐피톨-12구역 출신의 대치적 인물로 이야기의 한 축이었을텐데... 실제로는 그녀 스스로 쌓아올린게 거의 없거든요. 그러다보니 루시가 노래를 불러도 감동이 약하고, 스노우와 갈등이 생겨도 왜 저러나 싶고, 결과적으로 스노우 홀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그래도 이전 4개의 영화에서 스노우를 봐 왔다면, 마침표를 찍는 느낌으로 볼만합니다. 스노우의 과거를 보고 그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생각해요. 전편을 떠오르게 하는 대사와 장면도 야금야금 나오고요. 특히 저는 '더 파이널'에서 스노우의 최후가 꽤 인상적이었던지라 나름대로 납득 완료.
헝거게임 특성상 서로 찌르고 죽이고 하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잔인하게 묘사되는 장면은 없어요. 뱀 장면은 조금 징그러울 수 있는데, 그래도 순한맛. 쿠키는 없습니다.
큼직한 장면이 있는만큼 영화관에서 볼만하고, 다시 볼 생각은 없습니다.
관람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