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란 투리스모」 관람후기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는 많지만, 실화 자체가 이렇게 현실감이 낮은 경우도 흔치 않을 것 같아요.
영화의 소재이자 소니와 닛산이 함께 2008년에 시작한 'GT 아카데미'는, 레이싱 게임 '그란 투리스모'의 탑 플레이어에게 닛산 레이싱팀에 합류하여 게임이 아닌 실제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한 훈련을 받고 라이센스를 취득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게이머를 레이서로? 있을법한 이야기...라기는 힘든데, 무려 8년간 진행된 현실 프로젝트였어요.
참고로, 영화가 미국에서는 거의 한달 전에 개봉했고, IMDb 평점이 7점대로 무난한 정도라 가벼운 마음으로 봤어요.
줄거리 소개
닛산 마케팅 팀의 '대니 무어(올랜도 블룸)'는 레이싱 게임 '그란 투리스모'의 탑 플레이어들을 훈련시켜 실제 레이스에 데뷔의 길을 열어주는 일명 'GT 아카데미' 기획을 제안합니다. 플레이어들을 훈련시킬 수석 엔지니어는 레이서를 은퇴하고 메카닉으로 일하고 있는 '잭 솔터(데이비드 하버)'가 맡게 됩니다.
그란 투리스모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플레이어들이 모여들고, 영국의 '잔 마든보로(아치 매덱)'도 그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GT 아카데미는 녹록지 않습니다. 실제 레이스는 게임과 달리 강한 체력을 요구하고, 경쟁에서 처진 멤버는 탈락하여 중간에 퇴소하게 되거든요. 과연 잔은 GT 아카데미에서 기회를 잡아 염원하던 프로 레이서가 될 수 있을까요?
예고편
감상
레이싱 영화로는 나름 볼만해요. 드라마는 실화라 힘을 받고요. 저는 레이싱과 그란 투리스모 장면을 기대하고 갔으니 이것부터 얘기해 볼게요.
레이싱 장면은 초반과 후반 격차가 커요. 후반에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인지, 초반 레이싱은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속도감이 없어요.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전 도심 추격전도 애매하고, 서킷을 달리는 것도 시들시들?
심지어 초반은 화면 구성도 이상해요. 잔이 아직 레이스를 게임의 연장선이라 생각하고 있다는걸 보여줄 목적이었는지 그란 투리스모 UI가 겹쳐지는데요. 문제는 게임 UI가 일부만 엉성하게 나와요. 일관되지도 않고, 표시되는 시간도 짧아서 UI 의미가 전혀 없어요. 게임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면 방법이 좀 잘못됐다 싶어요.
특히 레이싱 중 좌측에 드라이버 목록이 뜨는데 자기 위치에 아무 마크도 없는건 뭔가요? 짜증이 울컥...
그나마 중후반은 제대로 포인트를 잡고, 속도감이 느껴지는 장면도 늘어나요. 게임 UI도 차량 위 이름이랑 드라이빙 라인만 깔끔하게 나오구요. 추월 장면이 쪼는 맛이 덜해서 조금 아쉽지만, 대체로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어요.
중후반만 생각해도 레이스 장면의 총량이 꽤 많으니, 레이스 영화로 괜찮지 않은가 싶습니다.
성장기와 드라마는 그냥 무난하고 심심해요. 사실 영화의 한 축은 잔의 성장과 꿈의 실현일텐데요. 아쉽게도 잔의 성장이 크게 와닿지가 않아요. 성장보다는 장시간의 게임으로 구축한 센스와 지식이 마침 기회를 만나 빛났다에 가까운데, 이게 일반적으로 먹힐만한 성장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성장 드라마 중 기억에 남는 건 사고 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야기 정도일까요. 아카데미 경주에서 잔은 '게임이랑 똑같다'며 긴장을 풀어요. 그리고 사고 후 속도를 내지 못하고 망설이는 잔에게 잭은 '너는 레이스 중'이라고 질타합니다. 리셋할 수 없는 현실의 레이스이기에 가져야 할 각오를 다지는 장면이라 생각해요.
가족 드라마는 안 봐도 본 것 같은 흔한 흐름이에요. 여자친구는 도쿄 관광 홍보용 캐릭터인가 싶었구요. 굳이 더 의미를 찾자면 잔의 겜돌이 이미지 탈피용?
닛산 팀에 들어가며 팀 메카닉과도 갈등이 있을듯한 분위기를 풍기는데요. 여기에 관련된 장면이 더 들어갔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니면 라이벌을 좀 제대로 된 캐릭터로 만들던지요. 아무리 실화 기반이라지만, 제대로 된 갈등이 없으니 영화가 너무 단순하게 느껴져요💦
이야기가 단순한만큼 크게 보면 주제가 명료하게 보이는 건 좋았어요.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GT 아카데미...는 반쯤 농담이구요😎
중후반 레이싱 장면은 영화관에서 볼만해요. 다시 볼 계획은 없습니다.
관람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