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람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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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명확하게 설명하기보다는 비유적인 영화 같아요. 일단 제가 느낀대로 정리하고 해설 좀 찾아보러 가야겠습니다😁
소개
관람 정보
- 12세 이상 관람가 (주제, 폭력성, 공포)
- 쿠키 영상 없습니다.
줄거리
야스무라 타쿠미(오미카 히토시)는 딸 하나와(니시카와 료)와 함께 산골 마을의 일원으로 살고 있습니다. 근처 넓은 숲을 자유롭게 거니는 전원적인 삶이네요.
그러던 어느날, 숲 속에 글램핑장이 생긴다는 소식이 날아듭니다. 주관 업체에서는 주민설명회를 열지만, 글램핑장 계획은 허점 투성이입니다.
설명회에서 여러가지 지적을 받은 업체 직원들은 마을을 잘 아는 타쿠미를 포섭하여 도움을 받고자 하는데요. 이 일이 타쿠미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예고편
감상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작할 때 제목 표시가 재미있습니다. 영어로 EVIL DOES NOT EXIST라고 나오는데, 단어가 순차적으로 나타나요. 그래서 다음처럼 변해갑니다.
① EVIL EXIST 악은 존재한다.
② EVIL DOES EXIST 악은 (확실히) 존재한다.
③ EVIL DOES NOT EXIST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숨겨진 주체는 자연이라 생각합니다. 숲과 물, 사슴으로 대변되지요.
영화에서 사람에게 대사가 있다면, 자연에게는 음악이 있습니다. 묘하게 배경음악이 빌 때가 많아서 생각해보니 숲 등 자연이 메인일 때는 음악이 나오고, 사람이 주체가 될 때는 음악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현악기를 활용한 감정이 풍부한 음악이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스산하게, 때로는 경고하듯 흘러나오는데요. 자연의 목소리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음악 얘기가 나온김에, 화면과 소리의 전환도 재미있습니다. 부드럽게 장면이 넘어가지 않고, 뚝 끊어지듯 갑작스레 전환되거든요. 근데 또 다음 장면의 소리가 겹치듯 한 발 먼저 끼어들기도 하니 흥미롭지요. 여러모로 독특한 전환 방식이니 직접 경험해보세요😊
한편, 자연에 반대되는 존재는 글램핑장을 만들려는 플레이모드라는 회사겠네요. 캠핑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연예기획사입니다.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을 타기 위해 글램핑이라는 유행에 편승했을 뿐이에요.
지원금의 마감 시한이 있어 글램핑 착공 날짜도 그에 맞춰졌고, 그러다보니 사업설명회도 얼렁뚱땅 급박하게 열립니다. 일이 거꾸로 돌아가는 셈이죠. 솔직히 인간 사회에서 그리 드문 일도 아니죠. '물은 아래로 흐른다'는 자연의 섭리에 대비되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자연과 글램핑 업체 사이에는 산골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자연을 개척하고 사슴을 사냥합니다. 동시에 자연과 어우러져 살고 있구요. 그들 말대로 '밸런스'를 지키면서요.
동시에, 업체와 마을에는 상류-하류라는 관계가 성립하겠네요. 글램핑장에서 제대로 오수를 처리하지 않으면, 그 결과 마을의 식수원이 오염되거든요.
이렇게 자연과 사람, 상류와 하류가 얽혀 흥미로운 이야기를 자아냅니다. 큰 소동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데 몰입도가 아주 높았어요. 통나무 자르기와 장작 패기, 우동 평가, 사슴의 이동로 등 중반에도 상징적이고 생각해볼만한 내용도 많았구요.
※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극후반, 실종된 하나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엔딩까지는... 생각하기 나름인 묘한 내용입니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조립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이해한게 맞는지 확신은 없는 그런 엔딩? 뭐, 관객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니 제 생각대로 정리해봤습니다.
후반, 타쿠미의 딸 하나가 실종됩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손전등을 들고 숲을 헤집지만 찾지 못하죠.
타쿠미가 간신히 하나를 찾은건 새벽녘이 밝아올 때입니다. 흐릿한 빛에 안개까지 껴서 몽환적으로 표현되는데, 개인적으론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기보다는 상징적인 내용이라 생각해요.
하나와 함께 사슴이 두마리 있어요. 아마도 아빠와 딸이겠죠. 타쿠미와 하나처럼요.
하지만 사슴은 총에 맞아 상처를 입었습니다. 살아 남더라도 글램핑장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될테고요. 사람이 사슴(자연)을 헤쳤네요.
이에 자연은 인간에게 일종의 복수를 합니다. 글램핑 업체의 막내 직원 마유즈미(시부타니 아야카)는 손에 상처를 입었고, 아직 어린 하나도 공격받았습니다.
만약 사람이 이런 복수를 했다면? 복수할만한 일이었을망정 그 칼날이 엉뚱한 약자를 향했으니 악인이라 불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연에서 가장 약한자가 노려지는건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여기에 악은 없습니다.
사실 더 근본적으로 자연의 입장에선 원인에 따른 결과일 뿐, 복수도 뭣도 아니겠죠. 당연히 악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리고 타쿠미가 업체 직원인 타카하시(코사카 류지)를 공격하는데요. 이건 꽤 인간스러운 복수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하류에서 상류를 향한 이 복수는 자연스럽지 않고, 원인과 결과도 모호해요.
게다가 진짜 상류(사장)에는 영향이 없었어요. 만약 타카하시도 상류에 머물기를 택했다면, 그는 마을에 남지 않았을테고, 하나를 찾아다니지도 타쿠미에게 공격을 받지도 않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후 타쿠미는 하나를 안아 들고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갈 곳을 잃은 사슴은 어디로 갈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엔딩 크레딧에는 다시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오프닝처럼 잔잔하고 아름다운 음악이요. 이걸 자연의 소리라고 생각하면, 특별한 일은 없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물이 아래로 흘렀을 뿐.
차분한 내용이지만, 영화관에서 볼만합니다. 영상미가 훌륭하고 색감도 독특하거든요. 다시 볼 계획은 없습니다.
관람기록
-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 Evil Does Not Exist
- 롯데시네마 기흥 6관
- 2024년 4월 3일
- ★★★☆ 상류는 책임있는 자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