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라임 101」 감상 :: 보는 맛, 듣는 맛, 약간의 낭만.
예고편을 보고 이 영화가 경쾌한 케이퍼 무비인지, 묵직한 범죄 스릴러인지, 화려한 액션물인지 감이 안 잡혔는데요. 실제로 보니 네온 느와르(Neon Noir)네요. 느와르의 어두운 분위기에 현대적인 네온 조명 등 감각적인 영상을 결합한 스타일입니다. 그만큼 멋들어진 장면이 많습니다.
영화는 범죄물과 드라마를 비슷한 비중으로 섞어냅니다. 고가의 보석 절도 범죄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이에 얽힌 인간들의 심리와 대치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범죄물로 봤을 때, 영화는 조금 느슨한 구간이 있지만 팝콘무비로 볼만합니다. 밀도 높은 추격전은 만족스럽고, 왕도를 따르는 뻔하되 시원하고 낭만적인 결말도 나쁘지 않습니다. 멋진 영상과 음악이 더해지니 보는 맛, 듣는 맛도 있습니다.
다만, 나머지 반을 차지하는 드라마 부분이 부실합니다. 인물 그리고 인물 간 갈등을 보여주며 사회적 이슈를 끌어오는데, 대부분 늘어만 놓을 뿐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합니다. 보험금 지급을 꺼리는 보험사, 무능하고 부패한 경찰 조직, 여성에 대한 회사의 부당한 처우, 파탄 난 가정과 사회 등 소재는 많은데 결실이 없어요.
드라마에 알맹이가 없다 보니 상승작용을 일으키지 못합니다. 오히려 범죄물의 장르적 쾌감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멋들어지게 범죄를 진행하려는 순간, 흐름을 끊고 속도를 늦추거든요. 이것 때문에 못 봐주겠다 할 정도는 아니고요. 드라마 나름의 강점은 있는데... 시너지가 나지 않아 아쉽다 정도?
드라마가 좀 더 견고했다면 영화 전체의 평가도 훌쩍 올랐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전체적인 평가와 별개로, 인상 깊은 장면이 여럿 있습니다.
우선, LA 도심을 거꾸로 보여주는 오프닝. 이 도시는 뒤집어진, 그러니까 뭔가 잘못된 상태처럼 보입니다. 시점을 바꾸면 뒤집어진 것은 도시가 아니라 도시를 바라보는 인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보험사 직원 '샤론 콜빈(할리 베리)'이 범죄에 가담한 후 거꾸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도시의 뒤집힘이 떠오르죠.
주인공 '마이크 데이비스(크리스 헴스워스)' 역시 도시에서 유리되어 거꾸로 선 인물인데요. 그가 거리의 홈리스를 보고 한 말도 의미심장합니다. 체제 내에서 실패한 홈리스가 되느니 체제 밖에서 성공한 범죄자가 되겠다는 의미로 읽히거든요.
뒤집힌(잘못된) 도시가 뒤집힌 사람(범죄자)을 만들어내는 걸까요? 제목의 101이 뒤집어도 101인 것도 재미있죠.
더불어, 도시 이상으로 상징적인 장소는 해변입니다.
누가 해변을 찾을까요? 보석 도둑인 마이크는 해변에 위치한 집을 고집합니다. '라우 루벤스닉(마크 러팔로)'은 이혼을 계기로 해변에 집을 구합니다. 샤론이 바닷가를 찾은 이유가 범죄의 결심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해변은 범죄의 무대인 101번 국도와도 연결되어 있지요.
복잡하고 어두운 도시와 대비되는 해변은,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는 이상향이면서 범죄가 시작되고 끝나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중적이에요. 사물도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는 탁 트인 해변은 자유롭지만 황량합니다.
마지막으로, 오프닝부터 직후까지 등장인물들을 번갈아가며 보여주고, 이들이 하나 둘 만나거나 스쳐가는 연출도 좋았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마이크와 샤론은 같은 방향으로 스쳐갔고, 경찰인 라우는 반대 방향으로 지나갔네요. 협력이냐 대립이냐 미리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정보
관람 정보
- 15세 이상 관람가(폭력성, 대사, 모방위험)
- 쿠키 영상 없습니다.
예고편
관람 기록

- 크라임 101
- Crime 101
- 메가박스 분당 2관
- 2026년 4월 8일
- ★★★ 보는 맛, 듣는 맛, 약간의 낭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