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클라베」 감상
우선, 콘클라베는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일체를 의미합니다. 가톨릭 관습에 따라 진지하고 장엄하게 치러지는 행사입니다.
콘클라베에 대해 전혀 모르고 봐도 흐름은 이해할 수 있지만, 몇몇 장면은 설명이 붙지 않으니 미리 개략적 특징을 알고 보면 좋겠습니다. 교황이 바뀔 때마다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콘클라베에 대해 간략히 다루곤 하는데요. 그 정도 지식이면 문제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교황은 자신의 왕호를 직접 결정하는데요. 영화에서는 존(요한)과 이노켄티우스(인노첸시오)가 언급됩니다. 요한은 성경의 인물이고, 인노첸시오는 무결하다는 뜻입니다.
주제도 그렇고 예고편을 봐도 그렇고 예술 영화라는 느낌이었는데요. 실제로 보니 예술성은 물론이고 대중적 흥미 면에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정치 스릴러와 드라마
영화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정치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콘클라베를 배경으로 추기경들 간의 알력 다툼과 중상모략, 정치적 이합집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그 아래는 ‘로렌스 추기경(레이프 파인스)’의 복잡한 심경과 내적 갈등, 믿음과 의심, 타협과 심판이 뼈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뼈대 사이사이에는 신앙과 부패, 전통과 다양성의 충돌, 포용과 관용, 종교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다면적인 이야기 끝에 성취되는 결말은, 그간의 주제를 아우르며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매듭을 만듭니다. 모든 것이 ‘신의 안배에 의한 것’이라는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영상미
한편, 보는 맛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톨릭의 전통적인 복식과 절차는 특유의 분위기를 생성합니다. 긴장된 음악이 어우러지며 분위기를 한층 돋우지요.
교황의 사망 후 이루어지는 일련의 절차를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 동색으로 모여드는 추기경들, 시스티나 경당의 투표 등 많은 장면이 아름답고 강렬하며, 때로는 신성하거나 권위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후반 투표 장면은 드라마로도 영상으로도 압권이었고, 제단화 ‘최후의 심판’과 앞뒤로 이어지는 시퀀스는 최고였습니다.
그 외 다른 세상에 속한 것 같은 추기경들과 뒤에 남겨진 담배꽁초의 대비도, 명암이 갈리는 비밀 회의 장면 등 인상 깊고 선명한 장면이 많습니다.
마땅한 사람
영화에는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에 대해 두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정치적 관점입니다. 완벽한 후보란 없으니 최악의 후보인 ‘테데스코(세르히오 카스텔리토)’만은 피해 차악을 택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즈)’는 자격 있고 마땅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추기경들은 자신의 투표 때마다 ‘마땅한 사람’에게 자신의 표를 행사함을 기도하지요. 이는 종교적 관점입니다.
이 마땅함은 어디서 올까요?
최후의 투표에서 추기경들은 어떤 소리를 듣습니다. 폐쇄되고 격리되어 들릴 리 없었던 소리가 들리죠. 이 소리는 하늘에서 들려오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콘클라베가 길어져도 폭발로 사상자가 나와도,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마땅한 교황의 탄생을 믿으며 기대하고 있었으니까요.
긴 정치 싸움에 비해 마땅한 선택은 산들바람을 타고 가볍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결과에 도착하지요. 신이 만든 그대로, 신의 안배대로요.
영화 정보
관람 정보
- 12세 이상 관람가(주제, 약물)
- 쿠키 영상 없습니다.
예고편
관람 기록

- 콘클라베
- Conclave
- 메가박스 수원역 7관
- 2025년 2월 13일
- ★★★★★ 마땅히 가야 할 길
이미지 출처 : CGV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