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락의 해부」 관람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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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국내 개봉한지도 꽤 시간이 지났는데 뒤늦게 봤습니다. 관람에 큰 영향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개
관람 정보
- 15세 이상 관람가 (주제, 공포)
- 쿠키 영상 없습니다.
- 제7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줄거리
유명 작가 '산드라(산드라 휠러)'는 남편 '사뮈엘(사뮈엘 테이스)'과 아들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너)', 그리고 '스눕(메시)'이라는 개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좀처럼 다른 사람을 만날 일이 생기지 않는 외딴곳에서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 사뮈엘이 집 밖으로 추락해 죽은 상태로 발견됩니다. 마땅한 목격자도 없는 죽음. 자살인지 타살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유일하게 집에 함께 있던 산드라가 용의자로 몰리게 되는데요.
사뮈엘의 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까요.
예고편
감상
시놉시스를 보면 사뮈엘의 죽음이 자살인지 혹은 아내 산드라에 의한 타살인지 파헤치는 이야기 같아 보이는데요. 사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진상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사건의 관련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바라보는 얘기에 가까워요.
초반에는 법리적으로 살해가 가능한 위치인지, 자살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혈흔인지 등 실질적 증거를 따지지만, 곧 어떤 가능성도 확정할 수는 없다는 쪽으로 흘러가버립니다.
그리고 논점은 조금씩 변해갑니다. 아내가 남편을 죽일만한 동기가 있었는지, 혹은 남편이 자살할만한 이유가 있었는지로요.
이에 따라 남편에 대한 아내의 증언도 변해갑니다. 일할 때면 음악을 크게 트는 남편에서 아들의 사고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남편으로. 그리고 또 자살할만큼 자존감을 잃은 무능한 남편으로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는 산드라의 말에 변호사는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하죠. 재판이 진행될수록 진실이 드러나는게 아니라,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산드라의 선택을 보는 것 같습니다. 다니엘도 진술을 하는데, 방향은 다르지만 선택이라는 맥락은 같아요.
더불어 관객은 이 법정의 배심원입니다. 증거와 증언을 보고 들을 수 있지만, 사실 진위와 진실까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산드라와 다니엘의 진술이 회상 형태로 진행되지만, 그게 모두 진짜라는 뜻은 아니거든요. 심지어 둘은 진술도 여러번 번복하죠. 얼핏 객관적 증거처럼 보이는 부부싸움이 녹음된 오디오 테이프. 이것도 회상처럼 흘러가지만, 사실 그 화면은 방청객의 상상입니다. 실제는 애매함이 남는 '소리' 정보뿐이에요.
게다가 산드라가 몇번이나 얘기하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부부의 삶의 아주 작은 파편일 뿐이라고.
산드라와 다니엘이 법정에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감출지 선택하는 것처럼, 우리도 제한적인 정보에서 무엇을 믿고 누구를 믿을지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유죄인지 무죄인지 선택하겠죠. 영화에 법정 결말까지 나오지만, 어떤 관객은 다른 결론을 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요. 사실 이 영화는 과정을 즐기는 영화라 결말을 알고 봐도 별로 상관없을 것 같아요. 관객 각자의 선택이 핵심일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산드라가 인터뷰 때 독자가 참여하여 책이 완성된다는 식의 얘길 했는데요. 이 영화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인 것 같네요.
그리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니엘과 스눕도 굉장히 중요한 존재이고 비중도 상당합니다. 아마도 스눕의 시선 같은 지나치게 가깝거나 낮은 카메라 위치도 재미있구요.
그 외에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무엇의 추락이고, 무엇이 추락시켰는지 기회가 되면 직접 보고 판단해 보세요😁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니지만, 몰입도를 생각하면 영화관에서 볼만합니다. 다시 볼 계획은 없습니다.
관람기록
- 추락의 해부
- Anatomy of a Fall
- 롯데시네마 기흥 2관
- 2024년 3월 8일
- ★★★☆ 마지막 장면은 다정한가 오싹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