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남자」 관람후기
여운이 오래가는 영화였어요. 감상 쓰려고 영화 내용을 곱씹다가 눈물이 뚝 떨어져서 저도 놀랐습니다.
줄거리 소개
이혼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리에(안도 사쿠라)'는 '타니구치 다이스케(쿠보타 마사타카)'를 만나 다시 가정을 꾸리게 됩니다. 하지만 행복한 생활도 잠시. 다이스케가 벌목일을 하다 사고로 사망하고, 다이스케의 신원이 가짜였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리에는 변호사 '키도 아키라(츠마부키 사토시)'에게 부탁해 다이스케, 아니 다이스케라 생각했던 남자 'X'가 누구인지 찾아 나섭니다.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X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그는 왜 정체를 속인걸까요? 모든 것을 알게된 후, 리에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예고편
감상
일단, 일본 영화고 일본 영화스럽습니다. 일본 영화를 보면 감정 표현 방식이 우리랑 좀 달라서 저는 연극 같다고 느낀 적이 많은데요.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이야기는 스릴러 장르에 가까운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한 편이고요.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싶습니다.
전반은 리에와 다이스케가 가족을 이루는 이야기, 중후반은 키도가 X(다이스케)의 정체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중후반은 추리 스릴러 + 인간 드라마 느낌으로 꽤 흥미진진하게 흘러갑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정체성. 사회적으로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회에서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건 뭘까요? 이름과 얼굴, 인종과 성별, 출생, 직업, 인간관계, 평판... 뭐, 우리나라에는 주민등록번호라는 끝판왕이 있지만요. 나열해보니 사회적으로 나를 규정하는 것들 중 내가 선택할 수 있는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이 완전히 새로운 신분을 원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영화는 X의 정체에 한정하지 않고, 여러 인물들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포스터에도 나오고 영화 시작과 끝에도 나오는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이라고 해요. 거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지만, 거울은 그를 비추지 못하고 비슷하나 조금 다른 뒷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인데요. 영화를 대표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상징성이 느껴져요. 우리는 뒷모습을 보고 누구인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누구인지 모르는게 아닐까요? 관람후에 포스터를 보니 진짜 다이스케와 다이스케의 이름으로 살아간 X, 그리고 그 앞에 선 키도 같기도 하고, 전부 키도 같기도 하네요.
정체성이라는 면에서 보면 영화 제목 '한 남자'도 재미있죠. 누군지 알지만 누군지 모르는 어떤 남자 X를 의미할텐데, 여러명이 살아간 하나의 신분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X 외에 진짜 다이스케와 키도, 신분세탁 중계인 '오미우라 노리오(에모토 아키라)', 더 넓게는 개별적 존재로서 우리 모두를 가리키는 말일 수도 있구요.
결말은 크게 두 부분입니다. 리에가 X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결말, 그리고 키도의 후일담인데요.
전자는 사실 뻔한 결론인데, 표현이 좋았어요. 아버지(X)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동생에게 말해주겠다는 '유우토(사카모토 마나토)'의 대사가 의미심장하네요.
후자는 음... 나쁘진 않은데, 일본 영화답구나 싶었어요.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닌지라 굳이 영화관에서 볼 건 아니지만, 집에서 보면 이만큼 몰입은 못 하지 싶습니다. 다시 볼 생각 있습니다.
관람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