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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내리던 날

여름 장마 때였던가, 방에 있다 나와보니 거실은 또 다른 세상.

별수롭진 않지만 볼 때마다 당시 분위기가 고스란히 생각나는 사진입니다.

이상하게 조용해서 나와보니 부모님은 낮잠에 빠져계시고, 비구름 때문에 낮인데도 어둑어둑한 거실이 참 묘하게 느껴졌어요.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어색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방이랑 거실 느낌이 이리 다른가 싶기도 하고,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더랍니다. 뭐랄까, 마계로 가는 입구 앞에 선듯한 느낌?

그런데 어머니가 주무시는 모습을 발견한 순간, 일상적이고 포근한 공간으로 돌변하더군요. 사람의 존재 하나 만으로 이렇게 느낌이 달라지다니, 재미있죠.

그런 분위기의 변신이 마음에 들어서, 분위기는 안 나올 줄 알면서도 사진을 찍었었습니다. 지금은 사진을 볼 때마다 혼자 씨익 웃곤 합니다. 사진엔 안 찍혀도 마음엔 찍혔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