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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FX Zeta와 기타 필기구

문구류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다가 어찌어찌 하다 보니 모나미의 FX 153 볼펜을 사게 됐습니다. 그것도 0.5㎜와 0.7㎜, 각각 검정, 빨강, 파랑으로 총 6개를요. 덕분에 연필꽂이가 아주 풍성해졌어요.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사용하고 있는 볼펜을 정리해봤습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오른쪽부터, FX Zeta 0.7㎜와 0.5㎜, FX 153 0.7㎜의 검/빨/파, 0.5㎜의 검/빨/파, Jetstream 0.38㎜의 검/빨/파입니다.

사실 이거 외에 Xeno 검/빨/파도 있는데, 이건 요즘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요. 학생 때부터 정말 오래 써 오던 볼펜이고 아직도 잘 나오기 때문에 계속 가지고 있지만, 요즘 나오는 볼펜이랑 비교하면 색이 흐리거든요. 추억의 펜이라 좋아하지만, 비교 대상은 아닌 것 같아 제외합니다.

필기할 때 좀 꾹꾹 눌러가며 쓰는 편이라 젤펜(중성 잉크)보다는 볼펜(유성 잉크)을 좋아합니다. 친구들이 색색의 젤펜을 들고 다닐 때도 Xeno 볼펜 3자루만 지겹도록 썼어요. 덕분에 정말 볼펜을 다 써서 버리는 경험도 몇 번 했구요. 옛날엔 다 쓰기 전에 안 나와서 버리는 일이 많았는데도요.

얘기가 옆으로 샜네요. 글씨를 못 써서 부끄럽지만, 위 볼펜과 젤펜 몇 가지를 간단히 비교해 봤습니다. 막눈에 막손이라 분석은 어렵고, 어떤 점이 좋았고 부족했는지의 감상 위주입니다. 사각거리는 펜보다 부드럽게 굴러가는 펜을 좋아하는지라 평가가 치우쳐져 있을 수 있습니다.

 

볼펜 (유성 잉크)

요즘 가장 좋아하고 많이 쓰는 건 역시 FX Zeta입니다. 용도에 따라 0.7㎜와 0.5㎜ 둘 다 잘 쓰고 있어요. 새로 산 FX 153은 비슷하거나 좀 더 나은 성능을 보이지만, 6각형 몸통에 도톰한 고무 그립이 씌워져 있어서 손에 쥐는 느낌은 조금 떨어졌어요. 손가락이 짧은 편이라 펜대가 두꺼운 게 더 불편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큰 글씨용 0.7㎜

우선 큰 글씨. 프로젝트 초반, 아이디어 정리부터 구조 설계 단계에는 상대적으로 큼직한 글씨를 빠르게 쓰는 일이 많습니다. 볼펜도 부드럽고 끊김 없이 나오는 게 중요하죠. 이 목적으로는 Bic 볼펜을 꽤 많이 썼는데, 볼펜 똥이 나오는 게 정말 스트레스였어요. 하지만 Bic만큼 부드럽고 선명하게 나오는 볼펜이 잘 없었거든요. 가격도 저렴하구요.

비슷한 느낌이지만 좀 더 고급...이라고 할 수 있는 Surari도 썼었어요. 필기감이 무척 부드러운데 묘하게 제 취향이 아니라서 탈락.

그러다 몇 년 전에 FX Zeta 0.7㎜를 알게 되면서 이쪽에 정착했습니다. Bic보단 덜 부드럽지만 그게 오히려 필기하기에 편하고, 색도 진하고, 특히 그립감이 정말 좋거든요. 큰 글씨 목적으로는 완벽한 볼펜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FX 153 0.7㎜를 써 보니 Zeta보다 필기감이 더 부드러웠어요. 다만 결과물에는 별 차이가 없고, 저는 153의 6각 몸통보다 Zeta의 원형 몸통이 더 맘에 들어서 바꾸진 않을 것 같습니다.

 

작은 글씨용 0.5㎜

두 번째는 작은 글씨. 플래너를 비롯한 유선 노트에 쓰는 글씨로 사용량이 가장 많아요. 앞서 말한 Xeno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0.5㎜ 볼펜이 이 목적에 부합합니다. 여러 가지를 써 봐도 의외로 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는 범주기도 해요.

결과물이 가장 좋았던 제품은 Jetstream(이하 제트스트림)이었어요. 단, 0.5㎜가 아니라 0.38㎜입니다. 제트스트림 0.5㎜는 굵어요. 제트스트림은 뭐가 좋은가 하면 기복이 없어요. 힘을 빼고 쓸 때와 눌러 쓸 때 나오는 선의 굵기가 거의 똑같습니다. 선이 균일하니 글씨도 깔끔해 보여요.

최근에는 FX Zeta 0.5㎜를 꽤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잉크가 까맣게 나오진 않지만, 적당히 부드러운 필기감이 맘에 쏙 들었거든요. 제트스트림의 결과물에 만족하면서도 볼펜 자체에는 만족하지 않던 이유가 필기감 때문이었는데, FX Zeta는 이 부분을 충실히 만족시켰어요.

그리고 오늘 써 본 FX 153 0.5㎜는 더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부드럽고, 발색도 훌륭해요. 이 굵기의 볼펜치고는 너무 부드러워서 적응이 안 돼서 글씨가 흘러버리지만, 익숙해지면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뚱뚱한 6각 몸통이 조금 아쉽네요.

 

젤펜 (중성/수성 잉크)

젤펜에서 최종적으로 정착한 건 U+Knock(이하 유노크 플러스) 0.4㎜입니다.

글씨를 또박또박 써서 깔끔한 결과물이 필요할 때 젤펜을 쓰고 있습니다. 노트보다는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놓는 경우가 많아요. 목적상 너무 얇은 것보다는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걸 찾는데 같은 규격이어도 젤은 볼펜보다 두껍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0.3 - 0.4㎜ 정도를 쓰고 있어요. 더불어 눌러쓰는 버릇 때문에 니들팁 제품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옛날 옛적 학생 시절로 돌아가면 Hi-Tec-C가 시작이었지만, 니들팁에서 추측하다시피 저랑 안 맞는 제품이라 그리 많이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그 시절 피그마를 쓰는 친구가 있었는데 누르면 뭉개질 것 같은 그 팁으로 어떻게 필기를 하는지 신기해하기도 했고, 필기구를 깜빡한 날 한 친구한테 볼펜을 빌려 달랬더니 하필 에너겔을 빌려줘서 눌러쓰지 않으려고 손을 부들부들 떨며 필기를 하기도 했었어요.

이렇게 젤펜은 저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Signo DX(이하 시그노DX)를 써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신세계를 만났죠. 사각사각하는 필기감도 신기하고, 무엇보다 흐릿한 부분 하나 없이 똑 떨어지는 선! 덕분에 본격적으로 젤펜에 입문하게 됐지요.

시그노DX는 똑딱 누르는 노크식이 아니라 캡 방식이라 대안을 찾아서 써 본 게 Sarasa(이하 사라사)였습니다. 필기감도, 결과물도 좋은 완벽에 가까운 젤펜인데, 잉크가 엄~청 헤퍼요. A5보다도 작은 노트에 40장 정도를 썼더니 잉크가 다 떨어지더라구요.

그리고 한창 국산펜 바람이 불 때, 추천을 받아 유노크 플러스를 사용해 봤습니다. 필기감도 부드럽고, 결과물도 위의 두 개 못지않게 만족스러운 데다 가격까지 착하니 교체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그리고 Fine Tech 0.3㎜가 있는데... 사실 이건 이번에 어쩌다 보니 산 거라 처음 써 봐요. 니들팁이라 잘못 샀다고 생각했는데, 써 보니까 의외로 상당히 괜찮았어요. 사각거리는 느낌을 원할 때 쓰면 좋을 것 같아요.

앞의 3종만 비교해 보면 젤펜은 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필기 시 느낌은 꽤 달라요. 사각거리는 시그노DX, 묵직하지만 부드러운 사라사, 좀 더 묵직한 유노크 플러스처럼요. 펜 자체가 묵직하다는 게 아니고 볼 굴러가는 느낌이 그래요.

더불어 유노크 플러스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번짐이 적다는 거였습니다. 젤펜은 볼펜처럼 빨리 마르지 않아서 쓰고 바로 문지르면 번짐이 생깁니다. 잉크 흡수가 잘 되는 종이에서는 별문제 없지만, 반들반들한 종이에서는 쉽게 번집니다. 제가 주로 쓰는 포스트잇에서도 잘 번지는 편이에요. 포스트잇에 쓰고, 붙이느라 쓱 문지르면 잉크도 쭉 번지며 자국이 남아요. 한두 번 당한 게 아니에요. 유노크 플러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진 않지만, 개중 양호한 편입니다.

 

색 볼펜

빨강은 밑줄, 파랑은 설명을 덧붙일 때만 쓰다 보니 색 볼펜은 그리 많이 쓰지 않아요. 검정이랑은 필기감이 살짝 다르지만, 큰 틀은 비슷해요. 간단한 비교 이미지만 올립니다.

지름신이 들어서 잔뜩 샀는데 빨강, 파랑은 언제 다 쓸지 요원하네요.

 

FX Zeta 디자인 변화

이번에 주문한 FX Zeta는 디자인이 조금 바뀐 것 같습니다. 시기 탓인지 재고 탓인지 0.5㎜는 거의 변하지 않았고 (하나만 고무색이 누런 건 그냥 오래 써서), 0.7㎜는 클립 디자인 등이 변했습니다. 각각 위가 새 것, 아래가 옛날 것입니다. 새 버전에서 굵기를 나타내는 .7 글씨가 귀여워요.

 

FX Zeta / 153은 제목에 나온 대로 모나미 제품이고, 유노크 플러스와 Fine Tech는 동아 제품입니다. 제트스트림과 시그노DX는 미쓰비시, 사라사는 제브라의 일본 브랜드로 수입 제품입니다.

아무래도 수입 제품이 비싸요. 제가 사는 온라인 쇼핑몰 기준으로, 제트스트림 등 일본 브랜드는 개당 1,400원 정도이고, 국내 브랜드는 가장 비싼 FX 153이 천원 정도, 나머지는 700원 이내입니다. 볼펜은 오래 쓰니까 좀 비싸도 부담이 없는데 반해, 젤펜은 잉크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는지라 가격 차가 더 크게 느껴지네요. 요즘 몇백 원을 따질 일이 문구류 말고는 잘 없긴 하지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