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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 간사이 2006

GRE 응시 겸 관광을 위해 오사카에 다녀왔습니다. 국내 GRE 일정이 제한적이라 일본 쪽이 날짜를 맞추기 편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지난번에 오사카 여행 때, 짧은 일정이 아쉬웠던지라 도시는 망설임 없이 오사카로 정했구요. 이번에는 7박 8일의 짧지 않은 일정을 잡았습니다. 덕분에 오사카뿐만 아니라 고베, 나라 등 주위 도시들도 두루 둘러볼 수 있었어요.


숙소와 교통

호텔

지난번 호텔의 좁은 방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비싸도 좀 이름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도심의 역 근처에 위치해서 접근성이 좋다. 호텔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고, 주위에는 백화점, 편의점, 식당 등 편의시설도 많다. 호텔 방도 규모 면에서나 구비품 면에서나 일반적인 비즈니스호텔.

그에 반해 직원이 영어를 못해서 좀 놀랐다. 아침은 어디서 먹냐는 간단한 질문도 통하지 않고, 짧은 일어에 손짓, 발짓을 더해 어떻게 이해는 시켰는데 영어로 답을 못한다. 본인도 답답했는지 결국 식당 입구까지 직접 데려다주더라. 처음에 배정받은 방에서 엘리베이터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방을 바꿔 달라고 요청할 때는 진짜 좌절의 연속이었다. 로비 데스크에 직원 2-3명이 있는데 전원 영어 불가능은 너무하잖아... 쪽지에 noisy를 써주니 사전을 찾아보고 그제야 이해한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대답은 불가능. 그렇게 10여분을 허비하다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나타나서야 해결이 됐다. 오늘은 빈방이 없으니 내일 바꿔주겠다는 것.

지난번 호텔에서 영어가 유창했던 직원이 그립더라. 더불어 '영어 사용자도 환영하는 호텔' 목록이 왜 존재하는지 깨달았다.


교통

이번에도 간사이 스루패스를 이용했다. 오사카뿐만 아니라 주위 도시들, 즉 간사이 지역을 커버하니 이거 하나면 웬만한 교통은 다 해결된다.

게다가 여러 가지 할인권이 담긴 쿠폰북을 주는데 이게 꽤 쏠쏠하다. 지난번엔 하나도 못 쓰고 통으로 버렸는데, 이번에는 여유로운 일정 덕분에 이것저것 체험하다 보니 적용되는 쿠폰이 꽤 있었다.

첫날은 스루패스를 개시하지 않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버스를 탔다.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흥미로웠다. 바다와 들 같은 자연 풍경은 예상대로였는데, 중간에 공장이 종종 보이는 건 의외였다. 의외의 장면 덕분에 지루하지 않은 버스 여행.


일정

9월 3일 ~ 4일

GRE 응시.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쇼핑. 한큐 그랜드 빌딩(한큐32번가)에서 야경 구경.

홋카이도3.7우유가 맛있었다!! 멜론 소다는 애매.


9월 5일

사카모토 케이블카(坂本ケーブル)를 타러 출발! 지하철을 두 번인가 갈아타야 했는데, 중간에 게이한선(京阪線)이 무척 깔끔하고 이용하기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놀랐다. 분위기가 워낙 달라서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잘 찾아갔는데 뭔가 작업 중인지 케이블카는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완전히 넘어가서 다음 일정을 잡아뒀던지라 가능하면 기다려서라도 타고 싶었던지라 주위를 얼쩡거리고 있자니 작업하시던 아저씨가 운영하지 않는다고 손짓으로나마 열심히 알려주셨다. 조금 뒤에 역시 케이블카를 타러 오셨던 일본인 노부부께서 영어로 통역해주시길 케이블 선 교체를 위해 3일간 운영하지 않는다고. 케이블카는 못 탔지만 친절함에 감사했던 일정.

느긋하게 주변 구경을 하면서 비와호(琵琶湖)로 이동. 가는 길에 탄 전차 앞이 큰 창으로 트여있는 게 좋아서, 누가 봐도 관광객 모드로 하염없이 창밖을 쳐다보기도 했다.

비와호에 도착했을 무렵엔 하늘에 구름이 가득. 오전엔 날씨가 좋아서 우산도 챙겨 오지 않은 상황이라 유람선 일정은 취소했고, 그나마도 주위 사진을 몇 장 찍으니 비가 와서 후다닥 퇴각.

케이블카부터 유람선까지, 일정이 꼬일 대로 꼬인지라 지하철에서 남은 하루에 뭘 할지 다시 정리.

교토 메인 일정은 나중에 합류할 친구와 함께 보기로 했으니 제외하고, 근처에서 후시미 이나리 신사(伏見稲荷大社)를 가기로 결정.

이나리(신의 사자, 여우)라는 이름답게 역부터 신사까지 여우 장식을 잔뜩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유명한 건, 길을 따라 늘어선 도리(鳥居)라는 붉은 기둥. 신사와 주위 길을 따라 기둥이 쭉 서 있는데, 나름 장관이다.

기둥에는 각각 날짜나 이름 같은 게 적혀 있길래, 우리나라 사찰의 기와불사 같은 걸까 생각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소원을 빌거나 소원이 이루어진데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도리를 세우고 있다'라고 하니 비슷한 듯. 물론 규모 면에서는 상당히 다르지만 ㅎㅎ

비를 조금 맞고 저녁 일정은 실내로 결정. 오사카로 돌아와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아쿠아리움이라는 해유관(海遊館)을 둘러보고, 근처의 나니와 쿠이신보 요코초(なにわ食いしん坊横丁) 입장. 나니와 = 오사카 옛 지명, 쿠이신보 = 먹보, 요코초 = 골목길이라는 이름으로, 옛날 거리 분위기로 꾸며둔 먹자골목. 내부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첫인상 때문인지 귀여운 문어가 그려진 입구 간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주위 야경을 둘러보며 하루를 마감. 당시 똑딱이 디카로 흔들리지 않은 야경을 찍겠다며 꽤 고생했었다.


9월 6일

온종일 교토. 지난 여행에서 갔던 곳이기도 하고, 날씨도 좋지 않아 사진이 많지 않다. 가이드해야 한다는 의욕이 앞선 데다 중간에 길까지 한참 헤매는 바람에 반성할 일 많은 긴장감 넘치는 하루였다.

그래도 비 덕분에 청수사(清水寺)에서는 좋은 사진을 얻었다.


9월 7일

종일 나라 일정. 관광 포인트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감이 잘 안 와서 여유롭게 일정을 잡았다. 나름대로 일반적인 루트였다고 생각한다. 사루사와이케(猿沢池), 흥복사(興福寺), 나라 공원(奈良公園), 시청사, 동대사(東大寺), 춘일대사(春日大社) 등.

나라 공원에서는 연못의 거북이도 사슴도 먹이를 원하는지 자연스레 다가와서 좀 놀랐다. 딱히 나라 공원이 아니어도, 여기저기 사슴이 정말 많았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도 사슴, 사슴, 사슴. 부모를 따라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는 아기 사슴을 발견하고 조용히 응원하기도 하고, 커다란 뿔이 난 사슴이 물끄러미 쳐다볼 때는 좀 두근거리기도...

나라는 어디를 가도 평온한 분위기였는데, 특히 춘일대사의 분위기가 굉장히 맘에 들었다. 햇빛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관광지가 아닌 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발견한 우체국. 우리나라 우체국이 일본 영향을 많이 받았다더니, 정말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역시 알림판이라든지, 각종 캐릭터, 장식, 꽃처럼 아기자기한 소품이 꼼꼼히 놓여 있는 게 일본 분위기.


9월 8일

오사카 시내 일정. 일본 최초의 절이라는 사천왕사(四天王寺). 내부 불상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절보다는 궁 같은 느낌이었다. 도심에 있는 데다 돌로 마당을 골라놔서 그런가? 건물과 건물 사이의 구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의 중요 목표인 페스티벌 게이트(Festivalgate)라는 복합 쇼핑몰로 부지런히 향했는데... 정기휴일! 게다가 시간이 일러서인지, 다 같이 휴일인지, 통천각(通天閣) 주위 상점들도 거의 다 문을 열지 않은 상황. 주위를 좀 배회하다 공항으로 2차 픽업을 하러 가기로 결정.

그 후 짧지만 본격적인 일정은 도톤보리(道頓堀)에서. 도톤보리는 언제 와도 볼 게 많은 활기찬 거리다. 상점마다 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고, 규모도 다양해서 거리만 둘러봐도 흥미로운 것이 가득하다.

오늘의 주요 목표는 새미 에비스 플라자(Sammy EBISU Plaza)의 도톤보리 극락 상점가(道頓堀極楽商店街). 건물의 몇 개 층을 옛날 일본 느낌으로 꾸며둔 테마 빌딩이다.

건물 밖에는 커다란 에비스(일본 칠복신 중 하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입장료를 지불하면 안내 팸플릿과 카드를 준다. 내부에서는 저 카드를 사용하고 퇴장할 때 최종 정산하는 시스템.

층마다 나름대로 컨셉이 있는데, 특히 꼭대기인 7층은 축제 느낌으로 꾸며져 있다. 만화에서 보던 풍선 건지기나 물고기 뜨기 같은 이벤트도 있고, 크레이프 같은 간식거리 노점도 있다. 일정 시간이 되면 광장에서 연극도 진행하는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았다. 오사카에 다시 간다면 또 가고 싶은 곳.


9월 9일

히메지성(姫路城)과 고베 일정. 일행이 히메지성을 꼭 보고 싶다기에 조금 멀지만 가기로 결정. 성도 경관도 아름답다길래 잔뜩 기대했는데, 날씨가 또 흐림. 구름 덕분에 정면 샷은 다 몹쓸 사진이 되었고, 그나마 나올 때 찍은 사진 한 장이 애잔하게 남았다.

히메지성은 하얀 벽에 날개 같은 지붕의 외관도 멋지지만, 의외로 목조 건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부도 좋았다. 애들처럼 꼭대기에 있는 스탬프를 찍고 좋아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추억이 많이 남은 곳이다.

그리고 근처의 온천장으로. 큰 기대 없이, 사실 무료 음료 쿠폰에 혹해서 들렀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욕탕의 넓은 창 너머로 히메지성 정면이 보여서 정말 멋졌다. 따끈한 온탕에 들어가 히메지성을 보며 유유자적. 탕도 휴게실도 예상외로 넓었고, 시간 탓인지 손님이 거의 없어서 전세 낸 기분으로 느긋하게 즐긴 덕분에 만족도 2배.

휴게실에서 파는 음료수 메뉴 중 진저에일이 있었는데, 당시 우리 일행은 모두 진저에일이 뭔지 몰랐다. 별생각 없이 직원에게 이건 뭐냐고 물었더니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몰라 직원분이 몹시 당황. 지금 생각하니 당황할만하기도 하다. 이미 재료가 명시된 영어 이름의 메뉴인데 그걸 영어로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뭐라고 설명을 못 해서 답답해 죽을 것 같다는 표정을 했던 직원 얼굴이 아직 기억에 선하다.

그 후엔 고베로 달려가 빵집을 털고, 강가에서 야경 구경. 구름 속에 달이 유난스레 밝게 떠 있어서 독특한 분위기. 고베 빵은 정말 맛있다.


9월 10일

오사카성을 보고 귀국. 전날 히메지성이 인상에 깊게 남아서인지 오사카성은 조금 희미하다.


음식

일행이 있다 보니 혼자 갔던 여행보다 확실히 잘 먹고 다녔는데, 반대로 사진이 별로 없다. 뚜렷이 기억에 남은 음식도 많지 않고.

기본적으로 오사카는 맛있는 음식이 많아서 식사는 대부분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한다. 다만 혼자 먹을 때는 음식에 집중하는데, 누군가랑 같이 먹으면 음식보다는 주위 사람들에게 집중하게 되니까.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음식에 대한 기억이 덜 남은 게 아닌가 싶다.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에비스 플라자에서 먹은 오코노미야끼. 오모니(オモニ)라는 가게 이름이 한국어 '어머니'에서 온 건가 하는 궁금함에 들어간 가게였는데, 정말 맛있었어! 테이블에 철판이 있긴 하지만 오픈 키친에서 다 구워서 가져다주시는 형태였는데,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 손놀림이 화려한 게 전문가의 손길 분위기가 풀풀 풍겼다.

한입 베어 먹고 너무 맛있어서, 이건 꼭 찍어야 한다며 급히 사진을 찍었더랬다. 양배추가 많이 들어간 오코노미야끼가 이렇게 맛있는지 처음 알았다 'ㅠ'

그 외엔, 가게 이름을 잊어버린 덮밥집의 가츠동과 에비동. 친구는 너무 달다며 싫어했지만 내 맘엔 쏙 들었던 메뉴.

홋카이도3.7 우유도 보일 때마다 사 먹었고...

그리고 근처 모스버거에서 사 온 치킨! 맥주 안주로 사다 먹었는데 이것도 진미였다. 나중에 한국 모스버거에서 다시 먹어봤는데, 상황이 달라서인지 그때 그 맛이 아니어서 조금 실망. 역시 여행하면서 먹은 음식엔 추억의 힘이 보태지는 듯.


기념품

공항에서 구매한 칠복 올빼미. 웬만해선 장식품은 사지 않는 나로서는 이례적인 기념품. 유럽 여행 기념으로 동생에게 선물했으나 사실상 거절당한 목각인형 쥐돌이와 함께 아직 잘 지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