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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와 인간

존 스타인벡 저 / 정영목 역 / 비룡소 출판


"언젠가 우리는 함께 쩐을 모아
작은 집과 삼천 평짜리 땅과
소 한 마리와 돼지 몇 마리를 갖게 될거야..."

레니와 조지에게는 꿈이 있다.
지금은 남의 농장에서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 가지만,
언젠가는 자신들의 농장을 가지는 꿈.

이야기의 끝에서 그들이 도달할 곳은?


1937년에 발표된 작품이고, 한참 옛날이 배경인 이야기지만, 등장하는 인간군상은 지금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망상에 가까운 꿈을 꾸고,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고,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다고 후회하고, 시기하고, 괴롭히고, 외로워하고, 의지하고, 깨닫고, 또 꿈을 꾼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 다니는 레니와 조지는, 지금은 남의 농장에서 일을 할 뿐이지만, 언젠가는 돈을 모아 농장을 사고 자유로운 일상을 영위하는 꿈을 꾼다. 일하다 팔이 잘린 늙은 캔디는 과거 함께했던 양치기 개를 벗 삼아 농장에서 잡역부 일을 하고 있다. 그가 모아둔 돈에 다음 월급을 더해 농장을 사자는 계획이 구체화되어가고, 셋은 자신들의 농장을 어떻게 운영할지 꿈에 부풀어간다. 유일한 유색인종이라 고립된 삶을 살던 크룩스도 그들의 꿈에 잠시 마음을 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청년들의 가벼운 꿈 이야기 같은데, 어느새 이야기는 비극으로 접어든다. 손에 잡히지 않는 현실감 없는 꿈 이야기 사이에 잔혹하고 냉정한 이야기가 틈틈이 들어차 있었다. 행복과 슬픔, 기쁨과 괴로움, 희망과 절망 등 한 가지 색만으로는 그릴 수 없는 인생 같다. 그래서 레니와 조지의 꿈이 나아가는 것 같아도 현실감을 띄지 못하고, 잔인한 결말에도 씁쓸한 애틋함이 찾아오는 게 아닐까.

우리는 달라! 왜냐? 왜냐하면...... 나에게는 나를 돌봐 줄 네가 있고, 너에게는 너를 돌봐 줄 내가 있기 떄문이지. 그래야지!
"이봐요, 캔디. 이 늙은 개는 살아 봤자 그저 괴로울 뿐이라니까.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뒤통수를 제대로 쏘면......"
칼슨은 몸을 기울이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로 저기 말이야. 그럼 개는 뭐에 맞은지도 모를 거요."
캔디는 서글픈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안 돼. 난 그럴 수 없어. 너무 오래 함께 있었어."
"어느 날 극단이 마을을 지나갔는데 그때 배우를 한 사람 만났지. 나더러 극단하고 같이 떠나자고 했어. 하지만 우리 엄마가 허락하지 않았지. 내가 열다섯 살밖에 안 됐으니 허락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그 남자는 괜찮다고 했거든. 내가 그때 따라갔으면 정말이지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