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남도 2009

2021. 6. 27.

패키지로 다녀온 남도 여행입니다. 분명 남도 맛집 기행을 표방하는 패키지였고, 실제로 식사도 맛있었다고 기억하는데요. 왠지 식사 사진이 하나도 없어요. 원래 함께 먹는 밥 사진은 잘 안 찍긴 하지만, 그래도 여행 컨셉이 맛집이니 한 장쯤 남겼을 법도 한데 말이죠.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으로 출발. 도착해서 지정된 장소로 가니 가이드님이 우리를 반겨준다. 총인원은 20명 남짓으로 의외로 많지 않았는데, 가이드님 말에 의하면 이 정도면 꽤 많이 모인 거란다.

송광사

계곡을 끼고 있는 절이라 풍경이 정말 좋았다. 가까이 물이 있으면 건물 풍취도 배로 좋아지는 듯.

절 안쪽도 공들여 관리하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절은 어디를 가도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는 게 보통이지만, 송광사는 꽃과 나무가 많아서인지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웠다.

국내 산에선 어김없이 볼 수 있는 돌탑도 물론 있었고. 개수가 많지 않은 걸 보면 정기적으로 정리하는 걸까? 어쨌든 우리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돌 한 개씩 추가.

 

낙안읍성

일종의 민속촌?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다고 한다. 문이 닫혀 있는 곳은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관광용으로 구성해둔 집들은 문도 활짝 열려있고 안내도 있었다.

옛 관아를 재현해둔 곳도 있고, 토끼와 오리 등 가축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아이들이 토끼한테 풀을 먹이느라 정신이 없더라. 그 와중에 홀로 느긋한 토끼님이 있어서 한 장.

울타리를 쳐 둔 장독대가 귀여워서 또 한 장. 기와로 담장을 만든 장독대는 본 적이 있는데, 짚 울타리 장독대는 처음 본다. 항아리 가족이 사는 동네 같아서 괜스레 흐뭇.

도예방도 있었다. 이곳에서 만들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마을 여기저기에 도자기류가 많이 보였다.

예를 들어, 이건 닭 머리 도자기!

읍성이라는 이름처럼 바깥쪽으로는 성곽이 둘려 있다. 올라가서 성곽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것 같더라. 아무래도 지대가 높으니 전경을 찍으려고 올라가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우린 성곽은 잠깐만 보고 마을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꽤 넓은 데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곳도 많고, 체험할 수 있는 곳과 전시장도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갔으니까.

쉼터에는 독특한 장승이 서 있었다. 네 번째 장승에 쓰여 있는 문장이 '뭐~~~봐'인지 '뭘 봐'인지랑 득남 장승이 쓴 모자가 원래 컨셉인지 나중에 누군가 씌운 건지를 놓고 친구와 부질없는 토론.

 

순천만 갈대밭

갈대밭을 보기엔 조금 이른 8월 여행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푸른 갈대도 장관이었다. 갈대 높이만큼 높게 지어진 다리가 길게 나 있다. 상상 이상으로 갈대밭은 넓고, 길도 길었다.

가도 가도 갈대밖에 없다며 한 분이 투덜거리니, 옆에 분이 여기 갈대 보러 오는 곳 맞다고 응수하셔서 다들 웃기도 했다.

가이드님 얘기로는 한창때인 10월에 보면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지금은 잡초도 많고 물도 빠졌을 때라 한창때만 못하다며, 기회가 되면 제철, 제시간에 꼭 다시 한번 와 보라고 하셨다.

갯벌에는 작은 게랑 키조개 같은 것들이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더라. 그 와중에 아까 식당에서 먹은 작은 게장의 게가 저 게인가 아닌가 하는 부질없는 토론 2탄을 벌였고, 지나가다 그걸 들은 가이드님이 그 게는 이 게가 아니라고 알려주셨다.

 

여수 돌산공원

첫날 공식 일정은 순천만 후 저녁 식사로 끝이었는데, 다들 괜찮으면 야경을 보러 가자고 가이드님이 권하셔서 가게 된 여수 돌산공원. 버스를 타고 언덕을 쭉 올라가고, 거기서부터 걸어서 또 올라가야 한다.

공원 위로 올라가면 돌산대교 준공 기념비가 크게 서 있고, 아래로 돌산대교가 보인다. 준공 기념비도 돌산대교 기둥처럼 A자로 생겼다. 위치도 돌산대교랑 일렬로 이어지는 곳이다. 이 기념비에서 좀 더 올라가면 기념비와 돌산대교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꽤 멋진 광경이었다.

돌산 공원에는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의자도 놓여 있었다. 낮에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을듯한 위치.


둘째 날 첫 공식 일정은 해돋이 관람이었는데, 이걸 보기엔 밤이 너무 짧았다. 야경을 즐길 체력은 있지만, 새벽부터 일어날 기력은 없었던 올빼미 타입의 우리는 해돋이는 각자 보기로 합의했다. 여기저기서 모인 사람들이었는데도 이런 면에선 참 잡음 없이 잘 맞았어.

둘째 날엔 건진 사진이 별로 없다. 사진 수 자체도 적고, 그나마도 이걸 왜 찍었는지, 왜 이렇게 찍었는지 되묻고 싶은 사진이 태반이다. 아니, 애초에 어디서 뭘 찍은 건지도 아리송한 사진도 많고...

 

향일암

해돋이를 패스한 덕분에 실제 첫 일정은 향일암. 향일암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했다. 식당과 갓김치 가게가 늘어선 입구는 경사부터 까마득하고, 안에 들어선 후에도 돌계단과 오르막과 돌계단이 이어져 있다. 중간에 동굴 같은 길도 있고, 좁고 가파른 계단을 빙빙 돌아 올라가는 길도 있다. 오르는 길 내내 바다가 보인다는 게 마음의 위안이었다.

향일암 주위에는 돌로 만든 거북이가 참 많았다. 계단 옆에도, 난간에도, 부처님 옆에도 거북이 군단.

알고 보니 향일암이 있는 금오산의 형상이 거북이가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과 비슷해서 향일암에도 거북이 석상을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금오산의 금오(金鰲)가 금색 거북이라는 의미. 바다에 한 발을 담근 거북이, 금오산처럼 향일암에 있는 거북이들도 모두 바다를 향해 있다고.

그 외에도 금박을 입힌 대웅전과 원효 스님 좌선대 등 볼거리가 은근히 많다.

 

오동도

유람선을 타고 오동도로. 오동도에 들어서니 동백 열차라는 코끼리 열차가 있더라. 오동도를 한바퀴 도는 관광 열차인 것 같은데, 이번에는 단체로 움직이다보니 탈 수가 없었다. 뭐든 타는 걸 좋아하는 내겐 아쉬웠던 기억.

전시관도 가고 전망대도 갔는데, 남은 사진은 찻집에서 마신 음료 사진 한 장뿐...

 

대나무골 테마공원

담양에서 유명한 대나무숲이라면 죽녹원을 들 수 있을텐데,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상대적으로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한산한 편이라고 한다. 가이드님은 각각의 매력이 있다면서도 다음에 개인 여행을 온다면 죽녹원에 꼭 가보라고 하시더라.

영화촬영소와 갤러리 등 나름대로 테마공원 구색을 갖춘듯 하다. 다만, 대나무숲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다른건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다. 죽녹원보다 작다는 얘기에 기대치를 낮춰 나서였을까? 예상외로 대나무숲이 넓고 울창해서 놀랐다. 쭉쭉 뻗어있는 대나무가 가득한 숲은 그 자체로 대만족.

대나무를 모아 입구를 장식한 곳이 있었다. 이 대나무가 고정되어 있는 건지 서로 지탱하고만 있는 건지 3차 부질없는 토론 시작.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지만.

여러 가지 장승이 서 있는 널찍한 마당도 있었다. 장승마다 얼굴과 분위기가 달라서 하나하나 돌아보면 흥미롭다. 그림자 때문에 분위기가 묘하게 나왔는데, 이게 개중 나은 사진이라...ㅠㅠ

아래 사진 왼쪽은 솟대랑 뒤주가 있는 정원인데, 솟대 형태가 재미있다. 사진으로는 그냥 새 모양으로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대나무를 이용해 만들었다. 몸도 원통형, 머리도 원통형. 오른쪽은 새끼 멧돼지 두 마리가 나란히 있는 것 같은 모양의 나무둥치. 귀여워서 연신 사진을 찍었는데, 지나가던 분이 그건 왜 찍는거냐고 물어보시더라. 머리 위에 물음표가 3개는 떠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지.

 

마치며

송광사 앞에서 파는 갓김치, 맛있었다. 맛집 패키지라서인지 식사도 전부 맛있었고, 서비스라며 주신 막걸리도 맛있었다. 특히, 반찬 그릇 위에 반찬 그릇이 올라가는 백반은 최고!! 한상차림이라 백반이라 부르는 거지, 맛이나 깔끔함은 한정식 이상이었다. 이때의 맛을 잊지 못해 남도 맛집 투어를 다시 가게 되는데, 이 얘기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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