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노트

모나미 FX 153 외

2021. 7. 20.

어찌어찌 하다 보니 모나미의 FX 153 볼펜을 사게 됐습니다. 그것도 0.5㎜와 0.7㎜, 각각 검정, 빨강, 파랑으로 총 6개를요. 덕분에 연필꽂이가 아주 풍성해졌어요.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사용하고 있는 볼펜을 정리해봤어요. 아래 이미지에서, 오른쪽부터, FX Zeta 0.7㎜와 0.5㎜, FX 153 0.7㎜의 검/빨/파, 0.5㎜의 검/빨/파, Jetstream 0.38㎜의 검/빨/파입니다.

사실 이거 외에 Xeno 검/빨/파도 있는데, 이건 요즘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요. 학생 때부터 정말 오래 써 오던 볼펜이고 아직도 잘 나오기 때문에 계속 가지고 있지만, 요즘 나오는 볼펜이랑 비교하면 색이 흐리거든요. 추억의 펜이라 좋아하지만, 비교 대상은 아닌 것 같아 제외합니다.

필기할 때 좀 꾹꾹 눌러가며 쓰는 편이라 젤펜(중성 잉크)보다는 볼펜(유성 잉크)을 좋아해요. 친구들이 색색의 젤펜을 들고 다닐 때도 Xeno 볼펜 3자루만 지겹도록 썼죠. 덕분에 말 그대로 볼펜을 '다 써서' 버리는 경험도 몇 번 했구요. 옛날엔 다 쓰기 전에 안 나와서 버리는 일이 많았는데도요.

가지고 있는 볼펜과 젤펜을 간단히 비교할텐데, 막눈에 막손이라 분석은 어렵고, 어떤 점이 좋았고 부족했는지의 감상 위주입니다. 사각거리는 펜보다 부드럽게 굴러가는 펜을 좋아하는지라 평가가 치우쳐져 있을 수 있구요.

 

볼펜 (유성 잉크)

요즘 가장 좋아하고 많이 쓰는 건 역시 FX Zeta입니다. 용도에 따라 0.7㎜와 0.5㎜ 둘 다 잘 쓰고 있어요. 새로 산 FX 153은 비슷하거나 좀 더 나은 성능을 보이지만, 6각형 몸통에 도톰한 고무 그립이 씌워져 있어서 손에 쥐는 느낌은 조금 떨어졌어요. 손가락이 짧은 편이라 펜대가 두꺼운 게 더 불편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용도에 따라 0.7㎜와 0.5㎜를 주로 사용해요.

아이디어 정리 등 큰 글씨를 빠르게 흘려 쓸 때는 0.7㎜를 사용해요. 부드럽고 끊김 없이 나오는게 중요하죠. 이 목적으로 Bic 볼펜을 꽤 많이 썼는데, 볼펜 똥이 나오는게 정말 스트레스였어요. 당시 추천 받은 게 Surari였는데 묘하게 제 취향이 아니라 처박템이 되어버렸습니다. 필기감이 부드럽긴 정말 부드러웠어요.

그러다 몇 년 전에 FX Zeta 0.7㎜를 알게 되면서 이쪽에 정착했어요. Bic보단 덜 부드럽지만 그게 오히려 필기하기에 편하더라구요. 색도 진하고, 특히 그립감이 정말 좋거든요. 큰 글씨 목적으로는 완벽한 볼펜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FX 153 0.7㎜를 써 보니 Zeta보다 필기감이 부드럽네요. 다만 결과물에는 별 차이가 없고, 저는 153의 6각 몸통보다 Zeta의 원형 몸통이 더 맘에 들어서 바꾸진 않을 것 같아요.

플래너 등 좁은 공간에 빼곡하게 글씨를 써야 할 때는 0.5㎜를 주로 사용해요. 앞서 말한 Xeno를 포함해 대부분의 0.5㎜ 볼펜이 다 포함되는데요. 상향 평준화된 제품이 많은 범주라고 생각해요.

결과물이 가장 좋았던 제품은 Jetstream(이하 제트스트림)이었어요. 단, 0.5㎜가 아니라 0.38㎜인데요. 어째서인지 모르겠는데 제트스트림 0.5㎜는 굵은 느낌이더라구요. 제트스트림은 뭐가 좋은가 하면 기복이 없어요. 힘을 빼고 쓸 때와 눌러 쓸 때 나오는 선의 굵기가 거의 똑같거든요. 선이 균일하니 글씨도 깔끔해 보여요.

최근에는 FX Zeta 0.5㎜를 꽤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잉크가 까맣게 나오진 않지만, 적당히 부드러운 필기감이 맘에 쏙 들어서요. 제트스트림의 결과물에 만족하면서도 볼펜 자체에는 만족하지 않던 이유가 필기감 때문이었는데, FX Zeta는 이 부분을 충실히 만족시켰어요.

그리고 오늘 써 본 FX 153 0.5㎜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발색 등 결과물은 만족스러운데, 이 굵기의 볼펜치고 무척 부드러워 글씨가 흘러버리기 쉽네요. 익숙해지면 괜찮을까 싶기도 해요. 뚱뚱한 6각 몸통은 별로라 다른 몸통에 조합할 곳을 찾고 있어요.

 

젤펜 (중성/수성 잉크)

앞에서 얘기했듯 젤펜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사용해본 제품도 그리 많지 않아요. 용도도 제한적이구요. 글씨를 또박또박 써서 깔끔한 결과물이 필요할 때 주로 사용하는데, 노트보다는 포스트잇 등 메모지에 쓰는 경우가 많아요. 목적상 너무 얇은 것보다는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걸 찾는데 같은 규격이어도 젤은 볼펜보다 두껍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0.3 - 0.4㎜ 정도를 쓰고 있어요.

더불어 눌러쓰는 버릇 때문에 Hi-Tec-C나 피그마, 에너겔 등 니들팁 제품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유행따라 몇 번 써보긴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구요 ㅎㅎ

이런점을 모두 고려해서 젤펜에서 최종적으로 정착한 건 Signo DX(이하 시그노DX) 0.28㎜와 U+Knock(이하 유노크 플러스) 0.4㎜예요. 최근엔 거의 후자만 사용하고 있지만요.

시그노DX는 사각사각하는 필기감과 흐릿한 부분 하나 없이 똑 떨어지는 선이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다만, 똑딱 누르는 노크식이 아니라 캡 방식이고, 사용 기간이 길어지면 선도 조금 두꺼워지는 편이에요.

대안을 찾아서 썼던게 Sarasa(이하 사라사)였는데, 메모용으로는 번짐이 있어 그리 좋지 않았고 의외로 노트 필기에 아주 좋았어요. 다만 잉크가 엄~청 헤퍼요. A5보다도 작은 노트에 40장 정도를 썼더니 잉크가 다 떨어지더라구요.

그리고 한창 국산펜 바람이 불 때, 추천을 받아 유노크 플러스를 사용해보게 됐어요. 필기감도 부드럽고, 결과물도 위의 두 개 못지않게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위의 두가지에 비해 번짐이 적다는게 주요했어요. 포스트잇등 매끈한 종이에 주로 사용하는 펜이라 번짐이 없는게 중요했거든요. 유노크 플러스도 번짐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개중 양호한 편이라 점수를 줬죠.

마지막에 Fine Tech 0.3㎜가 있는데... 사실 이건 이번에 처음 써 본 제품이라 넣어 봤어요. 니들팁이지만 팁이 꽤 강한 편이라 쓸만하네요. 대신 부드러운걸 좋아하는 제겐 사각거림이 지나친 느낌이었어요. 참고용으로만 봐 주세요.

젤펜은 결과물보다는 필기 시 느낌에 차이가 크니, 직접 써 보고 판단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참고로 FX Zeta / 153은 모나미 제품이고, 유노크 플러스와 Fine Tech는 동아 제품이에요. 제트스트림과 시그노DX는 미쓰비시, 사라사는 제브라의 일본 브랜드로 수입 제품이구요.

일단 구매기록을 찾아봤는데 일본 제품은 2016년이 마지막 구매로 오래되어서 내역 복원이 어렵네요. 시그노DX랑 사라사 리필 내역만 남아서 그것만 붙였습니다.

공사를 막론하고 어지간한 계획부터 프로젝트 진행, 평가 등 대부분 문서가 온라인에서 처리되는데, 볼펜 다 써서 새로 살 때면 손글씨 쓸 일이 그렇게 많았나 신기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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