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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겔랑

파운데이션을 정리하다가 추억의 화장품을 찾았습니다. 사실 겔랑 제품은 별로 쓰지 않는데, 추억으로 남겨둔 화장품은 어째선지 다 겔랑이네요.

 

첫번째는 할머니가 대학 입학 선물로 주신 겔랑의 메테오리트 구슬 파우더.

부모님은 애한테 너무 비싼 선물이라고 하셨지만, 할머니는 요즘 애들은 다들 이거 쓴다더라며 단칼에 자르시곤 향이 아주 좋은 제품이니 화장 안 하더라도 목이나 어깨에 살짝 바르고 다니라는 조언까지 주셨었더랍니다. 만들어진지 20년이 넘은 제품인데 아직도 좋은 향이 솔솔 풍기네요.

 

두번째는 겔랑의 메테오리트 팔레트. 이건 엄마가 주신 선물.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할머니께 받았던 구슬 파우더가 좋다고 했더니, 그걸 기억하시고 사 오셨어요.

문제는 앞서 보시다시피 구슬 파우더도 많이 남았다는 거였죠. 진짜 써도 써도 안 줄어들더라고요. 팔레트가 진짜 이쁜데 어중간하게 쓰기도 아까워서 구슬 파우더 다 쓸 때까지 보관해두기로 했어요. 그리고 아직도 보관만...

 

마지막은 제가 산 겔랑의 빠뤼르 컴팩트 파운데이션 (with crystal pearls).

사실 이 제품은 애매해요. 이 자체가 추억의 제품은 아니고, 추억에 얽힌 제품이라는게 더 맞겠네요.

원래 겔랑의 다른 컴팩트를 선물로 받아 썼는데, 이게 정말 맘에 쏙 드는 제품이었거든요. 리필 버전도 팔길래 2번 교체하며 잘 썼는데, 어느 날인가 이제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원래 쓰던 게 면세점 시즌 상품이라 이제 본품도 리필도 못 구한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비슷한 컴팩트를 추천받아서 산 게 이 빠뤼르였어요. 나름대로 괜찮긴 한데, 먼저 쓰던 것만은 못해서 결국 다 쓰지 못한 상태로 사용 종료. 친구들한테 나눠주는 자리에도 두세번 내놨는데 매번 선택되지 않고, 버리자니 괜히 아쉬운 맘이 있어서 넣어두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덧붙이자면 사실 제 첫 추억의 화장품은 아빠가 선물로 주셨던 모 아이크림이에요. 이건 겔랑이 아니고 국내 브랜드였어요. 대학 막 들어간 딸에게 선물할 화장품을 추천해달라 하신 모양인데, 점원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링클케어 아이크림을 추천했다네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제품이라 마음만 남기고 아이크림은 엄마에게 갔습니다. 그래도 전형적인 한국적 아버지인 과묵한 아빠가 생에 처음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셨다고 생각하니 왠지 맘이 찡 하더라구요. 제품도 사진도 없지만, 맘엔 무척 깊게 남아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