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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건너뛰기

존 그리샴 저 / 최수민 역 / 북@북스


올해 루터 부부는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대신
고급 유람선을 타고 호화스러운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집으로 오고 있다는 딸의 갑작스러운 연락에 상황은 급변한다.

건너뛰기로 했던 크리스마스는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


 

법정 스릴러 작가로만 생각했던 존 그리샴이 가족 드라마를 썼다고? 제목과 표지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읽어보면 역시 존 그리샴이라며 단박에 납득하게 된다. 긴장감 넘치면서도 폭소를 터뜨리게 되고, 한 점 걸러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기심과 애정이 동시에 드러나는 생생한 현실 같은 블랙 코미디가 벌어진다.

딸이 봉사단 활동을 위해 페루로 떠나고, 둘만 남은 루터 부부는 크리스마스를 건너뛰기로 한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사용할 돈으로 대신 고급 유람선을 타고 열흘간의 호화스러운 여행을 가기로 한 것!

마을은 크리스마스 준비로 분주하지만, 루터 부부는 냉정하게 참여를 거절한다. 카드도 트리도 보내지 않고, 크리스마스 장식도 하지 않고, 자선기금용 달력도 사지 않고, 파티도 열지 않는다. 이웃들이 뭐라 하든 유람선 여행 준비에만 골몰한다.

모든 게 잘 풀릴 것 같던 그때, 청천벽력같이 걸려온 딸의 전화.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페루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약혼자와 함께!

언제나와 같은 근사한 크리스마스를 기대한다는 딸의 말에, 루터 부부는 다시 크리스마스를 되돌리려고 동분서주하지만, 뒤늦은 준비에 음식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무엇 하나 쉽게 구할 수가 없다.

책 한 권을 가득 채운 짧지 않은 소설이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손을 놓기 어렵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술술 읽히는 흥미진진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건너뛴다면 정말 신날 거야.'
트리도 없고, 쇼핑도 없고, 의미 없는 선물과 팁이나 소란도 없고, 교통 체증, 군중, 생크림 케이크, 술도 없고,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게 아닌 햄도 없고, 루돌프 사슴코나 눈사람 프로스티도 없고, 사무실 파티도 없고, 허비되는 돈도 없고...
블레어의 말이 쏟아져서 거실을 울렸다.
"페루의 의사인데요, 여기 오자마자 만났어요. 우리는 첫눈에 반해서 사랑에 빠졌어요. 일주일만에 결혼을 약속했어요. 이 사람은 미국에 처음 온 거라서 지금 너무 흥분했어요. 제가 크리스마스 얘기를 해줬거든요 - 트리, 장식, 지붕의 프로스티, 크리스마스 파티 같은 걸 다 얘기했어요. 거기 지금 눈 와요, 아빠? 엔리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아직 한 번도 못 봤대요."
그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12시 40분이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는데 파티에 오겠다는 손님은 하나도 없고, 음식도, 프로스티도 없었다. 또한 어디에도 줄 전구를 장식하지 않았고, 트리도 없었다. 아니, 트리만 이제 거의 해결되어 가고 있을 뿐이었다. 절망이었다.
그는 굴뚝을 올려다보았다. 브릭슬리의 프로스티가 그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소 짓는 둥그런 얼굴, 운두가 높은 중절모, 수수깡 담뱃대. 눈송이들 사이로 루터는 그 눈사람이 그에게 보내는 윙크를 방금 본 것 같았다.
또 허기를 느낀 루터는 갑자기 훈제 연어가 몹시 생각났다. 그는 눈 속을 걷기 시작했다. '생크림 케이크도 먹을 거야.'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