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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로텐부르크 2004

출장 중 쉬는 날 다녀온 로텐부르크. 여기가 갈만하다는 누군가의 정보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는데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도시였습니다. 거리와 집들이 예뻐서 길만 따라 걸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도시였죠. 볼 것도 많고 살 것도 많은 곳이었습니다.


첫인상

로텐부르크가 가까워지니 마을 바깥쪽 성곽이 보였다. 알고 보니 성채를 겸하는 마을이라 주위가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그만큼 지대도 높은 편.

약간 썰렁한 느낌의 바깥과 다르게 안으로 들어가면 붉은색 지붕과 따듯한 색으로 칠해진 벽의 집들이 연달아 서 있었다. 창문마다 꽃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분위기가 더 따듯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돌로 만들어진 바닥과 우아한 철제 장식이 달린 가로등과 간판. 중세에 온 듯한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었다.

 

목공예품과 인형

마을에는 여러 가지 가게가 줄지어 있는데 특히 목공예에 관련된 가게가 많았다. 나무로 만든 인형과 장식물이 정말 다양했다. 게다가 이런 상품들을 선반에 주르륵 늘어놓은 게 아니라 나름대로 분위기를 살려 전시해뒀다. 이쪽은 부엉이 마을이고, 저쪽은 요정 마을이고, 또 저쪽은 버섯 마을이고 하는 식. 덕분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말린 꽃을 넣은 장식품은 그 자리에서 만들고 있었는데 신기해서 한참 바라봤다. 약간 촌스러우면서도 귀여운 것들도 있고, 어떻게 만들었나 싶을 만큼 세밀한 것도 있었다. 기념 삼아 하나 사고 싶어도 목공예품 크기가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 게다가 세밀한 작품일수록 깨질만한 부분도 많아서 한국으로 들고 갈 생각을 하면 쉽게 손을 뻗기 어려웠다.

목공예가 아닌 인형들도 여럿 있었다. 특히 작은 동물 인형은 약간 단단한 재질에 뽀송뽀송한 천을 덧댄듯한 인형이었는데, 너무 귀여워서 종류별로 하나씩 사 갈까도 고민했었다. 하나씩 고르다 보니 생각보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감당을 못하겠더라.

 

슈니발렌

가게 중에는 슈니발렌을 파는 곳도 있었다. 이때는 슈니발렌이란 걸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때라 초콜릿을 바른 빵이라고만 생각했다. 크기에 비해 가격이 꽤 비싸서 동기들과 하나만 사서 나눠 먹을까... 라는 찰나, 서양 여인 두 명이 슈니발렌을 사서 나왔다. 나도 모르게 먹는 걸 지켜보게 됐는데 이 여인네들도 슈니발렌이 뭔지 몰랐던 것 같다. 나눠 먹고 싶은 것 같은데 과자가 도무지 깨지질 않아서 끙끙댔고, 그 모습을 본 우리도 자연스럽게 포기. 다른 동기들이 사 먹었다는데 딱 소라과자 맛이었다고 했다. 봉지에 넣고 바닥에 패대기쳐서 깼다고...

 

그 외 볼거리

시청사 탑에 올라가서 도시 전경을 즐길 수 있었다. 굽이굽이 얽혀있는 길과 길을 따라 서 있는 빨간 지붕의 집들. 도시 바깥쪽으로는 넓은 숲이 펼쳐져 있었다.

크리스마스 박물관과 중세 고문 박물관이라는 조금 특이한 볼거리도 있었다. 하지만 고문 박물관은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

도시 내 길은 어디든 예쁘지만, 특히 멋진 곳들이 몇 곳 있었다. 당시에는 뭔지도 모르고 감탄만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름대로 이름이 있는 광장이나 장소들이었다. 천문시계가 있는 마르크트 광장, 동화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플뢰린, 구시가 가장자리를 따라서 세워져 있는 타운 월을 따라서 걸을 수도 있다. 타운 월이 뭔지도 모르고 그 아래서 회사 사람들이랑 컨셉 사진이나 찍고 있었는데 ㅎㅎ

 

도시 전체가 세트장처럼 잘 꾸며지고 간직된 로텐부르크. 볼거리라는 면에서는 한나절이면 충분한 곳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위기만큼은 도시 내에 숙박하면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보고 싶은 곳이었다.

출장이 준 또 하나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