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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저 / 황근하 역 / 은행나무 출판


과거 미국의 노예제도, 노예들의 탈출을 돕는 조직인 지하철도(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그리고 목화농장에서 탈출하려는 소녀 코라의 이야기.

동시에 코라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무서울 정도로 담담하고 직설적으로 시대와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다.

 

노예가 되었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가진 작은 것을 지켜냈던 할머니.

그런 삶에 붙잡히지 않고 농장을 탈출한 어머니.

 

잔인하거나, 무관심하거나, 오만한 주인들.

같은 처지의 노예들 사이에서도 친절과 폭력이 교차하고,

탈출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얼굴에조차 명암이 갈린다.

 

평범하지만, 자신에게 어떤 이득도 관련도 없지만,

자신의 생명을 걸고 도망친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있다.

 

한편에선 자유와 이상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고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편견과 차별을 만들고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도 있다.

 

옳다 그르다의 가치판단이 아니라

그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재작년 뉴욕타임즈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10권 중 하나였다.

 

첫 인상은 '문장이 독특하다' 였다.

전체적으로 읽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멈춰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묘한 문장이 섞여있다.

속도와 밀도가 다른 문장들을 뭉쳐둔 느낌.

 

흡입력도 강한 책이라

쉽게 읽히지 않지만 쉽게 손에서 놓아지지도 않는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코라는 자기가 죽인 소년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숲속에서 벌인 짓을 변명할 필요는 없었다. 누구도 코라에게 해명을 요구할 권리는 없었다. 테런스 랜들은 노스캐롤라이나의 새로운 시스템을 상상해볼 수 있는 본보기가 되었지만, 그 폭력의 규모는 코라의 머릿속에서 가늠되기 어려웠다. 목화가 벌어다 주는 돈보다는 두려움이 이들을 움직이고 있었다. 받은 것을 되돌려줄 검은 일꾼의 그림자. 어느 날 밤 코라는 그들이 두려워하는, 복수심에 불타는 괴물들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라는 백인 소년을 죽였다. 그 다음에는 그들 중 한 명을 죽일 수도 있다. 바로 그 두려움 때문에 그들은 수백 년 전에 놓인 잔인한 토대 위에 새로운 탄압의 교수대를 세우고 있었다. 노예 상인들이 자신의 밭이랑에 주문한 것은 해도면이었지만, 흩뿌려진 씨앗들 속에는 폭력과 죽음의 씨앗도 있었고, 그 작물은 빨리 자랐다. 백인들은 두려워해야 마땅했다. 어느 날 이 시스템은 피로 무너질 것이다.

세상은 비열해도 사람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그러기로 선택하지 않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