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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멀구리스 재도포

어젯밤, 오랜만에 블루스크린을 봤습니다. 다시 부팅하니 전원이 들어가기 무섭게 무한 리부트. 확인해보니 CPU 온도가 90도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온도 확인 전에는 비 때문에 유난히 난방을 많이 한 탓인가도 생각했는데, 그런 수준이 아니예요. 쿨러는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고, 다른 부품 쪽은 크게 문제없는 온도. 일단 CPU 쪽에 서멀구리스를 다시 발라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서멀구리스가 없네요. 전에 동생이 몇 개인가 사는 걸 봐서, 하나쯤은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요. 시간은 이미 금요일 밤이고, 컴퓨터 사용은 급하니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습니다.

다행히 로켓와우에 서멀구리스가 2종류 있길래 그중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로켓와우는 자정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배달되거든요.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도 소식이 없어 확인해보니 왠지 로켓와우가 아니라 일반 로켓배송으로 주문이 들어갔네요. 결국 저녁에야 받을 수 있었어요. 처음 로켓배송을 이용할 때는 언제 주문하든 익일 배송 보장이라는 신세계에 감탄했었는데, 어느새 로켓와우에 물들어서 오후 도착이라고 초조해하는 자신을 보니 좀 웃기기도 합니다.

주문한 제품은 싸이오닉(PSIONIC)의 XTC3입니다. 운 좋게도 로켓와우에 쿠폰이 붙어있어서 꽤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바닥 제품이 흔히 그렇듯,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건 감안해주세요.

주문하고 찾아보니 가성비가 좋다는 평이예요. 열전도율은 7.0W/mk로 괜찮은 편입니다.


오랜만에 쿨러를 분리하려하니 생각보다 잘 안 빠져서 한참 낑낑댔습니다. 옛날엔 단순히 나사로 조였던 거 같은데...-_-a

알고 보니 재미있는 구조였어요. 헤드와 중앙 심지가 달린 검은 나사와 그 중앙 심지를 감싸는 갈고리가 달린 원통형 흰 나사가 서로 맞물려서 고정되는 형태였습니다.

흰 나사를 먼저 보드 구멍에 맞춰 넣고, 검은 나사를 꽂으면 흰 나사의 갈고리가 벌어지며 보드에 고정이 되는 방식입니다. 흰 나사 바깥에는 ㄷ자 모양의 홈이 있고 검은 나사 안쪽에는 이에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요. 홈에는 경사가 있어서 장착할 때는 세게 누르면 한 칸 내려가서 고정이 되지만 역으로 올라오진 못합니다.

보드와의 고정, 나사간의 고정이 서로 맞물려 이루어지는데 누가 생각해냈는지 진짜 신기합니다.

그림으로 잘 설명된 인텔의 가이드도 있어요.

https://www.intel.com/content/www/us/en/support/articles/000005852/processors.html


순서대로 돌아보면...

 

쿨러 분리

1. 커넥터를 제거합니다.

2. 검은 나사 4개를 각각 90도 돌려줍니다. 헤드에 회전 방향이 그려져 있고, 1자 드라이버를 쓸 수 있도록 홈도 파여 있습니다. 헤드가 큰 편이라 공간만 충분하면 손으로도 돌릴 수 있습니다.

3. 검은 나사 4개를 위로 뽑듯이 살짝 들어 올립니다.

4. 팬 전체를 위로 당겨 떼어냅니다. 안쪽 흰 나사가 보드에 걸려 있으면 잘 안 뽑히기도 하는데, 걸리는 쪽 나사를 살살 흔들어주면 쉽게 떨어집니다.

※ 검은 나사 4개를 아까와 반대 방향으로 90도 돌려주면 뽑힌 상태로 고정이 됩니다.

 

서멀구리스 재도포

1. 기존에 발라져 있는 서멀구리스를 닦아냅니다.
※ 휴지로 닦으면 됩니다. 잘 안 떨어지면 물티슈를 사용해도 됩니다. 아세톤 등 알코올로 닦아도 된다고 하네요. 물티슈나 알코올 사용 시에는 잘 말려 줍시다.

2. CPU 쪽에 새 서멀구리스를 도포합니다.
※ 서멀구리스 도포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전체적으로 펴 바르거나, 가운데만 콩처럼 짜거나, 엑스자, 일자, 별, 당구장 패턴으로 바르기도 합니다. 쿨러를 장착하면 넓게 퍼지니 상기 패턴 중 어떤 것이든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운데 콩이나 당구장 패턴을 선호합니다.

참고로 제가 산 서멀구리스의 상품 설명에는 동봉된 전용 스파츌라로 골고루 펴 바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샘플 사진이 있는데 마법같이 깔끔하게 발라져 있어요! 저한테는 불가능한 결과물. 저는 그냥 당구장 패턴으로 발랐습니다. 펴 바르겠다고 시도해봐야 속만 터질게 분명하거든요. CPU의 따끈한 열기가 알아서 고루 펴 줄거라 믿습니다.

 

쿨러 재설치

1. 쿨러의 검은 나사를 처음 위치로 맞춰줍니다. 즉, 쿨러 분리 전과 동일한 모습으로 만들면 됩니다.

2. 위치에 맞게 쿨러를 올립니다. 흰색 나사가 보드의 4개 구멍에 맞게 들어갔는지 확인합니다.

3. 검은 나사를 하나씩 차례로 눌러 결합합니다. 꽤 세게 눌러야 합니다. 아래 홈에 제대로 들어가면 딱 소리가 날 겁니다. 상하좌우의 대칭 순서로 눌러주는 걸 추천합니다.
※ 보드가 휘청거려서 불안하면 분리할 때처럼 돌려서 꽂는 것도 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4. 보드 반대쪽에 흰색과 검은 나사가 모두 나와있으면 제대로 설치된 겁니다.


컴퓨터 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회사에 들어간 후로는 윈도우까지 다 설치돼서 그야말로 전원 누르고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컴퓨터만 샀고, 그나마도 거의 2년 주기로 교체해서 먼지 청소조차 안 했으니까요.

서멀구리스 재도포 후 CPU 온도는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별 탈 없이 잘 돌아가는걸 보니 다행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