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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2019

2박 3일의 짧은 여행으로 관광지보다는 먹고 마시는 것 위주로 다녀온 맛 투어였습니다.


이동 & 숙소

항공편은 마일리지 사용.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여느 때와 같은 대한항공이다. 인천공항 2터미널 첫 이용했는데 왠지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공항에서 서울 시내로 나오는 버스가 지정좌석제가 됐더라. 버스카드 이용 불가. 공항에서 구입하거나, 시외버스 모바일 앱에서 예매 가능하다. 난 기점인 2터미널이라 별 문제없었지만 1터미널에 정차했을 때는 이미 만석이라고 다음 차 티켓을 구매하라며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공항에서 홍콩역까지는 AEL(Airport Express Line)로 이동했다. 한자로는 機場快綫(기장쾌선)이라고 쓰는데, 공항 고속선 정도일까. 공항에서 홍콩역까지 20분 정도 걸리고, 홍콩역에서 호텔까지 왕복 무료 셔틀도 제공된다. 첫날은 셔틀을 깜빡하고 지하철로 이동, 마지막 날은 셔틀을 타고 공항으로 갔는데 3-4정거장째에서 만석이었다. 루트상 뒤쪽 호텔에선 타기 어려울 것 같다.


호텔은 Ibis Hong Kong Central & Sheung Wan. 지하철 셩완역 근처라지만 은근히 거리가 있다. 길이 복잡해서 더 그렇게 느껴진듯. 지하철 '출입구'만으로 본다면 셩완역보다 사이잉푼역(Sai Ying Pun) A2가 더 가깝다. 큰길 따라 직진만 해도 되고. 지하철보다 버스랑 트램 정거장이 호텔에 가까워서 잘 이용했다. 특히 트램은 노선이 단순해서 헷갈릴 일도 없고 운행 간격도 길지 않아서 유용했다.

호텔 자체도 꽤 만족스러웠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교통도 준수, 근처에 세븐일레븐이랑 웰컴마트도 있고, 뭣보다 침대가 적당히 단단하고, 도톰하고 뽀송한 이불이 좋았다. 대신 건어물, 약재 시장가에 위치해 있어서 주위 환경은 그저 그런 정도.

 

먹거리

호텔 바로 앞, 길 건너에 신오룡(新五龍 / New Five Dragon)이라는 콘지 & 누들 식당이 있다. 집 근처에 있다면 매일 가고 싶은 곳. 특히 비프 콘지랑 에그 온 토스트는 이번 여행 베스트 메뉴. 에그 토스트의 달걀은 뭔가 좀 오묘한 느낌이라, 다시 간다면 버터 온 토스트로 시킬 듯. 초반에 가서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다른 곳에 비해 굉장히 친절하고 깨끗한 곳이었다. 특히 서빙해주시던 아주머니가 인상적이었다. 뭐랄까, 쿨하지만 친절하달까. 쓱 보시더니 영어 메뉴를 주시고, 둘이 메뉴를 나눠먹으니 수저랑 그릇도 더 챙겨주시고. 흔히 직원들이 짓는 친절한 웃음이 아니라 도도한 느낌으로 씩 웃으시는데 그게 또 귀여웠다.

두 번째로 맛있었던 곳은 성림거(星林居 / Sing Lum Khui). 베트남 쌀국수 가게. 국물 유무, 토핑, 맵기 등을 원하는 대로 골라서 주문한다. 주문 용지에서 차례로 고르게 되어 있고, 영어로도 다 적혀있으니 잘 보고 고르면 OK. 국물이 유명하다는데 자극적이고 맛있는 종류였다. 맵기4로 했는데 밸런스가 아주 좋았다. 맛 자체가 진하고 향도 강한 편이라 맵지 않은 국물을 선택하면 별로일 거 같은 느낌. 개인적으로는 국물이 없는 볶음국수 쪽이 더 좋았다. 맵기4에 적은 신맛(Less Sour). 땅콩 향이 강한 달달짭짤한 맛. 주위를 보니 무를 많이 얹어먹더라. 다시 가고 싶다.


디저트는 다 괜찮았다. 단맛이 은은하게 나는 디저트류를 좋아하는데 여기 들어맞는게 많았다.

첫 번째는 첨밀밀(甜蜜蜜 / Happy Together). 이번 여행에 들렀던 가게들 중 가장 친절했던 곳. 아니, 다른 나라 가게들이랑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홍콩식 디저트와 일본식 디저트가 섞여 있는 메뉴다. 황금몽(黃金夢 / Golden Dream)이라는 망고 사고(sago)를 먹었는데 딱 내 취향이었다. 적당히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망고와 사고, 얼음 등 다양한 식감이 재미있다. 크레페랑 크림브륄레도 먹었는데 이쪽은 흔한 일본식 디저트.

두 번째는 의순우유공사(義順牛奶公司 / Yee Shun Dairy Company). 은근한 단맛에 우유 향이 느껴지는 보들보들한 우유푸딩이다. 토핑이 없는 기본 제품이 가장 좋았다. 냉장만 필요 없다면 여러 개 사가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는데, 곧 배가 아파져서 아쉬웠다. 평소 찬 우유도 벌컥벌컥 잘 마시고, 유제품에도 강한 편인데...ㅠㅠ

마미 팬케이크는 구비구비 찾아갔지만 CLOSED.

그리고 소호를 지나가다가 분위기가 좋아서 들어간 Stazione Novella. 브루스케타, 파니니 등 간단한 이탈리안 요리도 파는 펍&까페인데 카푸치노가 아주 훌륭했다. 당시 손님들이나 사장님(?)의 영어실력을 보면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가게인 것 같다. 칵테일도 맛있긴 했는데, 술알못이라 달짝지근한게 좋았다는 평 밖엔...

그 외에는 고만고만했다.


가장 모던한 식당은 하홍기(何洪記 / Ho Hung Kee). 헤이산 플레이스(Hysan Place)라는 복합몰 내에 위치한 식당이다. 위치 특성 때문인지 인테리어도 화려하고, 식탁 등도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깨끗하다. 다만 의외로 친절하진 않더라. 차도 딱 한 번만 리필해주고. 완탕, 딤섬, 볶음국수를 먹었는데 전부 무난했다. 서비스료 10%가 추가로 붙는다. 메뉴판을 꼼꼼히 안 보고 시켰더니 HK$240 정도가 나와서 당황했었다. 여러모로 무난한 식당이지만 가성비는 가장 낮았던 곳.

가장 오래 줄을 선 곳은 감패 거위구이(甘牌燒鵝 / Kam's Roast Goose). 바삭하게 구운 거위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려준다. 베이징덕을 생각나게 하는 바삭한 껍질에 돼지와 닭의 장점만 합친듯한 부드러운 살. 다만 기름이 너무 많아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고기 기름에 강하지 않다면, 채소랑 음료 주문은 필수다. 나는 그냥 거위구이를 먹어봤다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메뉴 간 갭이 가장 컸던 곳은 첨호운(添好運 / Tim Ho Wan). 이것저것 해서 4가지 정도 시켰는데, 춘권(튀김)은 내 생에 최고의 춘권이었고 라이스롤은 질척해서 완전히 취향 밖. 그 외 새우랑 새싹 딤섬은 보통. 이렇게 한 곳에서 정말 맛있다부터 그럭저럭, 별로까지 다양하게 즐긴 것도 오랜만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 맞았던 곳은 첨자기(沾仔記 / Tsim Chai Kee). 새우완탕면이랑 어육완자면을 시켰는데... 새우완탕만 맛있었다. 나머진 저렴한 가격을 생각해도 평가범위 이하. 간이 세고 농후한 국물은 취향 차라고 생각해도, 면은 크게 실망이었다. 덜 익어서 모양 그대로 집어지는 면은 씹으면 말 그대로 와삭와삭 소리가 나고, 몇 분 지나니 국물에 불어서 물렁해졌다. 옛날에 끓는 물을 못 구해서 따듯한 물에 컵라면을 불리듯 익혀서 먹었을 때의 그 식감이었다. 솔직히 원래 그런 음식이라기보다는 바빠서 덜 익혀준 게 아닌가 싶다.

야외에서 야경을 보며 술 한잔 할 수 있는 루프탑바도 많았는데, 우리가 간 곳은 세바(SEVVA). Prince's Building에 25층에 있다. 지하철에서 나오면 바로 프린스 빌딩인데, 그걸 모르고 건물 밖으로 나가서 프린스 빌딩을 찾았다. 한 바퀴 돌고 보니 처음 나온 곳이 목적지ㅋㅋ 분위기가 꽤 좋은데 의외로 가격이 비싸지 않다. 주류는 2만원 안팎, 무알콜 음료는 1만원 안팎으로 마실 수 있다. 물론 서비스료는 별도.


일정이 꼬여서 카우키 우육면을 못 먹어서 아쉽다.

그리고 대만에서 커피를 무척 맛있게 먹어서 홍콩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달랐다. 위에서 얘기한 스타지오네 노벨라는 이탈리안 커피니 예외로 하고, 아메리카노 등을 쉽게 마실 수 있는 %ARABICA 등의 시내 카페들은 그냥 그럭저럭 정도. 홍콩은 차 쪽이 강한 것 같다. 식당에서 나오는 재스민차나 우롱차는 다 맛있었으니까! 아니면 아예 망고 음료 쪽으로.

 

관광지

홍콩은 야경이 워낙 유명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날씨가 흐려서인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낮에 소호나 마켓 등 거리를 돌며 본 풍경들이 더 인상깊다. 평지부터 언덕까지 촘촘하게 깔려있는 도로들, 그 길을 따라 좁고 높게 서 있는 아파트, 길목마다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나무들. 그 와중에도 빨래나 화분, 천막 등 실제로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거리가 좋더라.

 

간식 & 선물

현지 간식 먹어보는걸 좋아해서 웰컴(惠康 / Wellcome) 마트랑 시티슈퍼, 세븐일레븐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문제는 영국, 프랑스, 일본 제품이 참 많아서 홍콩 로컬 제품 찾기가 어려웠다는 거. 일단 다양한 과일 음료, 탄산음료도 좋았고, 우유도 좀 독특하지만 좋았다. 베스트는 유자 주스. 과자류는 편의점부터 전문 제과점까지, 어느 것 하나 실패가 없었고, 칠리 소시지도 맛있었다. 샌드위치는 당연히 상상했던 맛, 김밥(?)은 고수가 들어가서 현지스러운 맛이었다.

육포, 라면, 만두(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즉석식품)류도 종류가 많았는데 먹지 못해서 아쉽다. 맛집탐방이라고 하루 3-4끼에 디저트까지 먹다 보니 도저히 더는 못 먹겠더라.


마트에서 차류도 많이 팔았다. 철관음(우롱차) 티백을 사봤는데 맛있다. 특히 놀랐던 건, 티백 25개에 1,500원 정도로 저렴한 일상용 티백인데 향이 날아가지 않게 은박으로 2중 포장이 되어 있었다는 거. 25개들이를 3개 사 왔는데, 더 사 올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물품 1번이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에그롤이랑 마카오 땅콩쿠키도 각각 400그램짜리 큰 통으로 사고, 기화병가(奇華餅家 / Kee Wah Bakery)에서도 쿠기 4통을 추가로 구입했다. 과자류는 깨질까 봐 전부 핸드캐리. 무거워서 어깨가 빠질 것 같았는데, 그래도 더 사지 못해 아쉬웠던 품목이다.

참고로 홍콩에선 기화병가보다는 제니쿠키가 유명한 것 같다. 선물로 받아봤는데 고소함과 버터향이 농후한 쿠키다. 다만 그만큼 느끼함. 게다가 강도가 약해 쉽게 부스러지고 가루도 엄청 나와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에 비해 기화병가는 좀 더 단단한 쿠키로, 개인적으론 나폴레옹 과자점의 몇몇 쿠키와 유사한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간다면 선물용으로는 제니쿠키, 내가 먹을 용으로는 기화병가에 종이박스로 포장된 12개들이(HK$35) 알뜰버전을 사겠다. 제니쿠키는 100g당 HK$23 안팎, 기화병가 알뜰버전은 HK$26.5 수준으로 비슷한데, 기화병가의 동물버전(틴케이스)은 100g에 HK$45 정도로 가격 차이가 크다.

홍콩껀 아니지만 슈가피나(Sugarfina)에서도 초콜릿 3통, 사탕 2통을 샀다. 부모님께 선물로 드렸더니 쑥쑥 줄어드는 게 보여 뿌듯하다.

 

기타

다음 번엔 좀 더 여유 있게 돌아다니고 싶다. 이번엔 기간은 짧은데 먹고 싶은 건 많아서 어딜 갈지 다 정하고 갔는데, 알아보고 간 곳 외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가게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 곳엘 못 가서 아쉽다. 여유가 없어서 거리 구경하며 쉬어간 것도 노벨라 하나뿐이었고. 다음엔 휘적휘적 돌아다니다 그런 가게도 가보고, 트램이나 버스 타고 되는대로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