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관람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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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예고보다 본편이 좋은 영화였어요. 이야기도 좋고, 보는 맛도 있고, 화면비 맞는 중형급 상영관이라 만족도도 상승!
소개
관람 정보
- 15세 이상 관람가 (주제, 폭력성, 대사)
- 쿠키 영상 없습니다.
줄거리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에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 추위를 피해 아파트로 몰려든 외부인들과 마찰이 발생하자, 아파트 주민들은 힘을 모아 외부인을 몰아내고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재난 상황에서도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기여한 만큼 보답받는, 다 같이 잘 사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황궁 아파트. 과연 이들은 끝까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예고편
감상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스포 없이 감상을 적기 어렵네요. 가급적 이야기 흐름을 피해 포인트만 얘기해 보겠습니다.
오프닝 시퀀스가 훌륭합니다. 이 부분은 이견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가 바라보는 아파트, 살아가는 아파트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스타일리시하게 보여주네요. 단순히 네모난 아파트인 것 같지만, 외관과 인테리어에도 유행이 있는데 이 흐름도 잘 담겨있어요. 나이가 있는 분이라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조금 다른 시점의 아파트로 끝나는 엔딩은 아주 좋았어요. 수직이었던 아파트는 수평이 되었지만, 그래도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여전히 아파트네요. 시작부터 끝까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아파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보는 맛도 충분해요. 붕괴에 가까운 지진 장면도 멋지고, 무너져 내린 도시 곳곳도 꼼꼼하게 만들어졌어요. 규모가 큰 영화인데다 어색한 부분이 없어 즐겁게 볼 수 있어요.
전체적인 이야기는 인간 군상에 대한 드라마예요. 재난물이라 생각했는데 조금 다른 느낌이네요. 보통 재난물이 거대한 어려움 속에서 이런저런 꼴을 보더라도 결국엔 재난을 극복해 내는데 초점이 맞춰진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속에서 사람이, 공동체가 어떻게 변해가느냐에 대한 얘기였거든요.
그런 만큼 캐릭터가 하나하나 강렬하고 선명합니다.
주요 인물인 주민대표 '김영탁(이병헌)'과 '민성(박서준)', '명화(박보영)' 부부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사람이 언제, 어떻게, 얼마나 변하는지 무서울 정도로 생생하게 보여줘요. 각자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이야기 진행에 따라 상당히 과격한 모습으로 변모하는데, 그 과정이 촘촘해서 납득이 가고 몰입하게 되네요. 개인적으론 이들 중 절대적인 선역도 절대적인 악역도 없었다 생각해요.
그 외 주민들은 대체로 풍자적이에요. '아, 저런 사람 꼭 있지' 싶은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게 재난 상황과 잘 어우러지느냐 하면 꼭 그렇진 않아요. 근데 또 절대 없다고는 못하겠는 그런 애매함? 하나만 예를 들자면, 재난 상황에서도 자가/임대를 따지는게 가능한가 싶기도 하고, 저런 사람들이 재난 상황이라고 안 따지겠나 싶기도 했거든요. 이야기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라 쓸데없는 부분에 깊게 빠져들지 않고 잘 넘어갔습니다 ㅎㅎ
사람의 밑바닥을 꺼내 보이는 드라마인지라, 아무래도 보고 나면 유쾌한 영화는 아니에요. 그래도 이 정도면 순한 맛이라 생각하는데요, 음...
참고로, 엔딩이 부분적으로는 호불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앞에서 극복에 초점이 맞춰진 재난물과는 다르다고 얘기했는데, 엔딩도 비슷한 느낌이거든요.
엔딩에서 보여주는 작은 희망도 설득력이 있다고 말하긴 애매하구요. 불가능하다는 건 아닌데, 세계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다보니 배경을 알아서 상상으로 채워넣어야 하거든요. 좋게 보자면... 관객인 저도 황궁아파트 주민들과 같은 시야, 같은 정보력을 가진 셈이니, 제가 느낀 '어라?'가 영화 속 인물의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싶네요.
더불어 영탁이 부르는 '아파트'는 의미심장하고, 엔딩 크레딧에서 흘러나오는 '아파트'는 여운이 가득합니다. 엔딩 크레딧 두번째 곡이었던 것 같은데, 잠깐 남아서 듣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지진 장면과 아파트 풀샷 등 큼직한 장면이 많아 영화관에서 볼만합니다. 다시 볼 생각 있습니다.
관람기록
- 콘크리트 유토피아
- Concrete Utopia
- 롯데시네마 기흥 1관
- 2023년 8월 9일
- ★★★★ 공동체와 신념의 잔인함
- 콘크리트 유토피아
- Concrete Utopia
- CGV 기흥 5관
- 2023년 8월 30일
- ★★★★ 평범한 사람들의 특수한 이야기